
경제난으로 나라 전체가 극심한 식품·생필품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에도 엄연히 '빈부격차'가 존재하고 있었다. 부자들은 이전보다 낮은 질과 다양하지 못한 상품들을 비싼 값을 주고 소비하면서 불만을 느끼지만, 그래도 돈 주고 살 물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빈자들은 아예 선택의 여지 없이 생존 자체를 위한 힘겨운 '사투'를 매일 이어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오전 중산층이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쿰부레쿠루모 지역에 있는 한 시장. 야채와 고기 등 식품을 파는 가판이 한줄로 150m가량 길게 늘어섰다. 손님들은 잔뜩 쌓인 식자재를 사이에 놓고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주인과 흥정을 벌이기도 했다.
가격표를 보는 순간 살인적인 물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쇠고기 1.5㎏ 가격은 가게마다 부위와 질에 따라 달랐지만 9천∼1만5천 볼리바르를 오갔다. 계란 30개들이 한판 가격은 1만2천 볼리바르였다. 다리 부위로 만든 햄 1㎏은 2만7천500볼리바르, 치즈 1㎏은 2만4천 볼리바르였다.
공무원이나 종업원 등 하위 직업을 가진 시민이 받는 월 최저임금이 1만8천 볼리바르(미화 약 5.6달러, 암시장 1달러 환율 = 약 3천200볼리바르)라는 점을 생각하면 구매하기에 큰 부담일 듯싶었다.
쿰부레쿠루모 인근 부유층 거주 지역인 산타페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의 마트 진열대는 부촌 지역 마트답게 각종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어 있는 진열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물건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팔리는 햄 1㎏ 가격은 3만6천 볼리바르였으며 소시지는 3만 볼리바르에 달했다.
중하층 서민이 거주하는 로스 루이세스 지역으로 발길을 돌려보니, 이곳 개인 마트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부촌지역 마트에 견줘 규모가 현저히 작고 진열된 식품과 야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입구 계산대와 가까운 곳에만 마늘 소스, 케첩, 과자, 콜라 등 소량의 물건이 있을 뿐이었다. 20년째 베네수엘라에 사는 한 교민은 "서민층이 다니는 시장과 중산층 시장 간에는 10∼20%의 가격 차이가 난다"고 귀띔했다.
한편, 닷새째 '대정전'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가 11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긴급회의를 소집, "베네수엘라에 정상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이러한 비극이 정상으로 간주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국회가 과이도 의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과이도 의장과 국회는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브라질 국경에서 한 달째 꼼짝 못 하고 있는 국제 원조물자 250t을 들여오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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