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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기다리는 사람들 4·끝] 삼성 치어리더팀의 '제1선발' 이수진

삼성 라이온즈 치어리더팀 블루팅커스의 이수진(26) 씨는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가요 댄스곡인 ITZY의
삼성 라이온즈 치어리더팀 블루팅커스의 이수진(26) 씨는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가요 댄스곡인 ITZY의 '달라달라', 마마무의 '고고베베', 트와이스의 'YES or YES' 등을 맹연습하고 있다. 김병훈 기자

삼성 라이온즈 치어리더팀 블루팅커스의 '제1선발' 이수진(26) 씨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2013년 막내 치어리더로 첫 응원 단상에 오른 이 씨는 이제 최고참이 되어 일곱 번째 시즌을 맞지만 삼성을 응원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올해 블루팅커스는 이 씨를 필두로 권소영, 안지성, 박현영, 이소영, 장혜원, 이예림, 김하연, 고정현, 정지현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4년 만의 가을야구 복귀를 벼르는 사자 군단을 응원한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가끔씩 배구 경기 응원을 나갔고, 그 외 시간엔 푹 쉬었다는 이 씨는 현재 누구보다 2019 KBO리그의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야구의 야자도 몰랐던 '스타 치어리더'의 탄생은 구두에서 비롯됐다. 어렸을 때 구두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 씨는 구두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중학교 때 현재 신장인 173㎝에 이르자 주변에서 모델 일을 권유했고, 이 씨는 '모델이 되면 구두를 많이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구미 현일고를 졸업하고 2011년 대경대 모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생 모델이 되어 패션쇼 무대에 올랐지만 마음 한켠에선 아쉬움이 생겼다. 이 씨는 "패션쇼 무대는 한 번 걸어갔다 돌아오는 게 전부였다. 언제부터인가 회의감이 들어 아는 언니와 고민 상담을 했는데 치어리더를 추천받았다"며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또 춤추는 걸 좋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13년 블루팅커스에 막내로 합류한 그녀는 2015년까지 삼성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이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제가 합류하고 삼성이 잇달아 우승하니까 저 스스로 '내가 우승의 아이콘'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구시민운동장 시절이 가끔씩 그립기도 하다"고 했다.

2016년 라팍으로 둥지를 옮기고 삼성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새 시설에 대한 만족감은 크다. 특히 '금남의 구역'인 치어리더팀 전용 대기실이 생긴 것이 가장 좋다. 그녀는 "과거에는 응원단장, 마스코트 등이 한 방에 대기해서 옷을 갈아입을 때는 모두 내보내고 문을 걸어 잠갔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좋다"고 웃었다.

그녀는 시즌 중 치어리더팀의 하루 일과를 간략히 소개했다. 홈 경기가 있는 날 기준으로 오후 1시까지 수성구 두산동에 위치한 소속사 연습실로 출근한다. 큐시트 상 5~6곡과 연장전에 대비해 예비곡 3~4곡을 연습한다. 이어 전날 틀렸던 부분을 개인 연습한 후 오후 3시 30분에 야구장을 향한다. 경기가 끝나면 미팅을 가진 후 각자 귀가한다.

스타 치어리더답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팬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이 씨는 "(팬들께서)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셔서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하지만 새로 들어온 후배 치어리더들도 많이 아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씨는 마지막 연애는 꽤 오래됐고 현재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와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끝으로 고향 구미에 있는 부모님을 언급했다. 이 씨는 "처음에 부모님께서 제가 치어리더를 한다는 사실에 땡볕에서 일한다고 걱정하셨지만 이제는 이왕 하는 거 잘 먹고 체력을 키우면서 하라고 많은 지지를 해주신다"며 "부모님 말씀대로 제 체력이 닿을 때까지 치어리더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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