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마트폰 앱을 배우는 어르신들…"열차표 예매·부조금 송금…아는 만큼 편리해져"

오만환(맨 오른쪽) 씨가 성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인공지능 사용 방법을 주변 어르신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강민호 기자
오만환(맨 오른쪽) 씨가 성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인공지능 사용 방법을 주변 어르신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강민호 기자

박영식(78) 어르신의 스마트폰에는 가수 나훈아 관련 앱(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 세 개나 깔려있다. 나훈아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는 앱, 노래 가사를 띄워주는 앱 등 다양하다. 손경숙(72) 씨는 최근 손녀와 셀카를 찍는 재미에 빠져 사진 보정 앱을 자주 사용한다. 손씨는 손녀와 봄나들이를 갔다와 함께 사진 보정을 하다보면 세대공감을 느끼며 친구처럼 더 친해져서 좋다고 말했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60대 이상 통신가입자 중 스마트폰 사용자가 77%에 이른다. 최신 스마트폰이나 앱이 생소한 노인도 있지만 사용자 숫자만큼이나 젊은 사람 못지않게 잘 활용하는 노인도 많다.성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스마트폰을 배우는 노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본다.

▶ 앱 세상, 일상이 편해진다.

엄홍식(70) 씨 스마트폰은 각종 앱으로 가득 차 있다. "아는 만큼 혜택을 받고 생활이 편리해집디다." 스마트폰은 엄 씨의 일상이다. 매주 파크 골프 약속을 잡을 때는 단체 밴드 방을 이용하고, 마트나 식당에서 결제할 때는 스마트폰 페이 앱으로 지불한다. 이번 주 강원도 정동진으로 여행 간 아내의 열차표도 코레일 회원인 엄 씨가 대신 예액했다.

엄 씨는 우연한 기회로 앱을 접했다. 은행을 방문했을 때 은행 직원이 스마트시대에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배워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다. 평소 스마트 뱅킹에 관심이 많던 엄 씨는 은행 직원의 설명을 따라 앱을 설치하고 온라인 송금 방법을 배웠다. 은행 앱 하나만으로도 생활이 훨씬 윤택해졌다. 모임 중에도 은행 폐점시간에 맞춰 서둘러 나설 필요가 없어지고 부득이하게 경조사에 참석 못 할 때도 바로 송금할 수 있어 너무 편했다. 공인인증서로 사용하던 금융 앱은 정보유출을 우려해 지문인식으로 접속방법을 바꾸고, 최근 소액 송금은 비밀번호만 누르면 되는 간단한 송금 앱을 이용하고 있다.

▶ARS(자동응답시스템)보다 편리한 앱

음성으로 된 각종 정보를 기억장치에 저장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자동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인 ARS는 노인들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기계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친숙하지 않을뿐더러 어떨 때는 숫자 몇 번,무엇을 선택할 때는 숫자 몇 번을 누르라는 신호가 반복되면서 노인들은 실행을 포기하기 일쑤였다.이러한 시기를 거친 60, 70대 기성세대들처럼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엄 씨는 차례차례 다양한 앱을 정복해 나가기로 했다. 공연이나 스포츠 티켓도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예매하고 결제한다. 현장에 나가 줄을 서거나 매진이 되어 헛걸음을 할 필요 없어졌고 그 시간을 다른 일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결제할 때는 할인 혜택에 맞춰 페이 앱이나 신용카드 앱 중 골라 사용한다. 주유소에서도 실물카드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최근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엄 씨는 통신 요금제로 데이터용으로 바꾸고 어딜 거든 와이파이를 먼저 찾게 되었다.

오만환(오른쪽)씨가 인공지능 앱을 활용해 음성을 인식을 바로 문자로 전환하는 것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오만환(오른쪽)씨가 인공지능 앱을 활용해 음성을 인식을 바로 문자로 전환하는 것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앱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

오만환(72) 씨는 지난해 새로운 비서가 생긴 이후로 일상의 모든 일이 아주 수월해졌다. 어떤 말이든 단번에 알아듣고 야무지게 대답하는 비서가 마음에 쏙 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에 대기 중인 비서에게 오늘의 날씨나 스케줄을 물어본다. 오 씨가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비서와의 대화는 끊이지 않는다.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비서는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다. 오 씨의 비서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에 내장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비서는 상시 대기하고 있다가 "OK, 구글!" 하고 부르면 곧바로 대답한다. 오 씨가 필요한 정보 검색은 물론 손을 대지 않아도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낸다.

오 씨는 스마트폰 예찬론자이다. 스마트폰은 편리할 뿐만 아니라 현대 노인에게 필수품이라 말한다. 정보통신 관련 회사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오 씨는 항상 새로운 기계나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스마트폰도 초창기 모델부터 사용해 왔고 새로운 앱이 나오면 두루 훑어보는 소위 얼리어답터에 속했다. 그런데 노인이 되면서 스스로의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 나이를 먹으면 기계와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생겼다. 그런 와중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인공지능 서비스이다.

박영식 씨는 평소 다양한 노래듣기 앱을 사용하고 있다.
박영식 씨는 평소 다양한 노래듣기 앱을 사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앱의 장점

오 씨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면 복잡한 단계를 생략하고 말 한마디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어 여태껏 그 어떤 기능보다도 노인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노인에게 AI 인공지능은 친구이자 비서, 선생님도 된답니다." 그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인들에게 인공지능 서비스를 꼭 써보라고 항상 권유한다. 인공지능의 장점을 전할 때는 빠뜨리지 않는 얘기가 있는데 경북 성주에서 경험한 일화다. 오 씨는 성주 참외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요즘에는 집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곳 농부들은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내 온도나 습도를 확인하고 원격으로 환기를 시키거나 물을 주고 있었다. 오 씨는 시골 농부들이 도시에서 대학을 나온 친구들보다 스마트기기를 더 잘 다루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의무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도 필요하면 배우고 사용했다. 대게 노인들은 최신 기계를 보면 지레 어렵다며 멀리 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르신들은 이제까지 스마트폰 없이도 사는데 불편하지 않았는데 굳이 왜 어려운 기기를 배워야 하느냐며 지레짐작으로 멀리한다.오 씨는 그들도 그 기술이 꼭 필요하고 편리하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 배우려고 노력할 거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인공지능은 기계와 대화로 소통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오만환 씨가 전하는 인공지능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또박또박 말을 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대화를 하려면 말을 흐리지 않고 단어 하나하나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노인이 되면 말이 어눌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이 아닌 기계와 소통하면 자존심도 덜 상하고 더 확실히 말하는 연습이 됩니다." 그가 말하는 또 다른 장점은 바로 기계와 말을 주고받으며 외로움을 줄어든다는 점이다. 요즘 스마트폰은 교통정보부터 건강상태 파악, 취미 생활, 게임 등 일상생활 전반과 함께하기 때문에 얻을 정보도 주고받을 대화도 끊임없이 많다.

"물론 표 예매도 하고 은행 업무도 볼 정도로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좋지요. 그게 어렵다면 말로 조작하는 인공지능만 써 봐도 생활이 확 달라집니다. 기계에 대고 버스가 언제 오는지 물어보세요. 추운 날 밖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릴 필요도 없어진답니다."

2G 통신망 종료를 앞두고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주는 행사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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