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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만 기다렸다" 을의 반격…직장 문화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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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 문화 익숙한 기성세대 "무서워 말도 못걸겠다" 푸념

# 대구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32) 씨는 동료와 함께 출장에 다녀오느라 부서 회식에 1시간가량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부장인 B(49) 씨는 막무가내로 A씨와 그의 동료에게 "'후래자삼배'(술자리에 늦은 사람에게 3잔 연속 마시게 하는 것)를 하라"며 맥주잔 가득 채운 '폭탄주'를 내밀었다. 분위기를 돌려 적당히 거절하려던 A씨는 결국 강압에 못 이겨 빈속에 술 석 잔을 연거푸 마셔야 했다.

# C(29) 씨는 요즘 퇴근해서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올해 부임한 직속 상사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하는데다, 제때 대답하지 못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도 날아오는 상사의 지시 탓에 C씨는 잘 때조차 휴대전화의 벨소리를 키워 머리맡에 두는 버릇까지 생겼다.

16일부터 일명 '직장 갑(甲)질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직장 문화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직장 내 왕따 등 갖가지 병폐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명시했기 때문.

그동안 형법이나 노동조합법으로 처벌할 수 없고 그 기준조차 애매했던 ▷폭언·폭행 ▷모욕·명예훼손 ▷부당 업무지시 ▷따돌림·차별 ▷강요 등에 대해 신고와 처벌이 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상사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차별, 강요 등 눈에 띄지 않는 괴롭힘에 신음해왔던 수많은 직장인 '을'(乙)들은 이번 법 시행을 크게 반기고 있다. 상사와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메신저를 캡쳐해 괴롭힘 증거물을 수집하고, 구체적인 대처 및 처벌 방안을 묻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온라인 상에는 "16일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환영하는 댓글도 상당수였다.

직장인 D(38) 씨는 "툭하면 밤늦게 메시지를 보내고 '어디서 뭐하나', '대답이 늦다'고 다그치던 상사 때문에 힘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행동이 계속된다면 이번 기회에 꼭 문제 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집단주의가 강한 옛 직장문화에 익숙한 일부 기성세대에서는 "앞으로 무서워서 부하직원에게 말 한마디 하겠냐"며 "지난해 초 '미투' 선언이 이어지면서 여성을 상대로 대두했던 펜스룰이 앞으로는 남녀를 막론하고 직장 내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터져 나온다.

이에 대해 유재곤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노동상담소장은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은 쉽게 숨겨지고 정당화될 수 있었던 일종의 '암수범죄'였다"며 "직장 내 성희롱도 '너만 참으면 된다'고 강요했었지만, 이제는 명백한 범죄로 인식하듯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달라진 직장문화 등 상당한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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