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닥칠 때 침착함을 유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신속히 대처하는 것도 어렵다. 순간적으로 판단, 위기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야 할 테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어른이라 해도 그렇게 움직이기 힘들다. 하물며 어린 학생들이 배우지 않았는데도 그 같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학생 안전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각종 재난, 재해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면 피해가 더 커진다. 안전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학생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가르쳐 몸에 배게 해야 한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를 더한 체험형 안전교육이 효과적이다.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 시설을 확충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초·중·고교로 나눠 체험형 안전교육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 운영 중이다.
◆지역 특성과 초·중·고 구분해 안전교육
지난달 8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에 자리한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이하 낙동강수련원). 햇살이 따가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였다. 맨손으로 부채를 부쳐봐야 더위가 쉬 달아날 리 없었다. 이날은 낙동강수련원에 수상안전체험장과 안전체험관이 공식 개관하는 날이었다.

마침 강북중 학생들이 수상안전체험장을 찾았다. 잠시 더위를 피하기엔 시원한 물이 안성맞춤. 파란 하늘이 비쳐 수영장 가득 들어찬 물은 더 푸른 빛을 띠었다. 학생들은 수련지도사들의 설명을 듣고, 물로 뛰어 들었다. 안전체험관 안은 시원했다. 항공기 내부처럼 꾸며진 부스에서 구명 조끼를 입어보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대구시교육청은 다양한 지역과 형태, 학생 발달 단계별로 안전 체험교육 시설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기존 수련원과 그 주변 자연환경을 활용해 특색 있는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각 수련원에 체험관을 추가로 설치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이하 팔공산수련원)은 초등학생, 낙동강수련원은 중학생이 이용하는 시설. 포항 흥해읍에 자리잡은 대구교육해양수련원(이하 해양수련원)에선 고교생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된다. 각각 산, 강, 바다에 있다는 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가령 팔공산수련원에선 계곡 범람 시 대피 요령, 해양수련원에선 해양 사고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이다.
낙동강수련원의 수상안전체험장은 수심 1.5m풀(25mx25m), 3m풀(25mx10m)을 갖췄다. 보트 전복 시 긴급 대피 체험, 수상 인명 구조활동, 생존 수영 등 수상 안전교육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이곳에 새로 들어선 안전체험관은 ▷지하철 안전(지하철 화재 시 대응 방법과 대피 요령) ▷지진 안전(교실에서 지진 발생 시 대피 체험) ▷항공 안전(항공기 사고 발생 시 대피 요령) ▷생명 존중(흡연·알콜·약물 중독에 대한 증상과 부작용 교육) ▷소화기 활용 체험 ▷완강기 사용 체험 등 6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체험실로 구성됐다. 심폐소생술 실습실도 하나 있다.
지난 4월에는 해양수련원, 2018년에는 팔공산수련원에 별도의 안전 체험시설이 들어섰다. 초·중·고교생뿐 아니라 유치원생을 위한 시설도 생긴다. 올 9월에는 대구 유아교육진흥원(달서구 학산남로)에 안전 체험시설이 들어선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안전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교육부의 지원금을 포함해 약 152억원을 투입했다"며 "안전 사고를 유형별, 지역별로 분류해 학생들이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안전 의식 수준을 높여 실제 사고가 났을 때 대처 능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진지하지만 재미있게', 몸으로 느끼는 안전교육

안전교육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강의만 들어선 효과가 떨어진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배운 걸 적용하긴 더 어렵다. 시교육청이 안전 체험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양수련원과 팔공산수련원, 낙동강수련원에는 2017년 8만2천여 명, 지난해에는 7만5천여 명의 학생들이 찾아 안전교육을 받았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해양수련원을 찾은 이수현(송현여고 1학년) 학생=수련회를 '힘만 들고 재미 없는 활동'이라 생각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 그랬다. 낯선 환경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해양수련원에서의 생활은 내가 우려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재미 있는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신 덕분에 모든 활동을 하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많은 프로그램 중 단연 최고였던 것은 해양수련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상 활동과 레크리에이션. 대형 보트에 친구들과 올라타 시원한 바닷바람 속에서 노를 저었다. 장기자랑 시간은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기회였다. 숙소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사흘 간의 활동은 힘든 것 이상으로 벅차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낙동강수련원을 거쳐간 서민형(대륜중 1학년) 학생=땡볕 아래에서 보트를 탄 채 구령에 맞춰 친구들과 노를 열심히 저었다. 힘들었지만 즐겁고 성취감도 있었다. 사고 발생 시 안전한 자세를 유지하며 버티는 방법도 배웠다. 집을 떠나 친구들과 같은 방에서 생활하며 서로 배려하고 질서 있게 행동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꼈다.
안전체험관에선 다양한 체험활동을 했다. 특히 소화기 사용법을 배운 뒤에는 실제로도 침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장기자랑대회에선 친구가 멋진 랩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 진행된 수련활동은 즐겁고 유익했다.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짧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팔공산수련원을 방문한 전소윤(운암초교 6학년) 학생=산에 올라 '홍수 탈출'이라는 교육장을 찾았다. 물에 빠지는 친구들을 보니 겁이 났지만 다행히 잘 착지했다. 숲속 탈출, 짚라인 체험도 체험했다. 밥을 짓고, 고기도 구운 뒤 함께 먹었다. 선생님과 밥을 나눠 먹어 더욱 유쾌한 식사가 됐다. 이후엔 장기자랑과 캠프파이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텐트 속에서 잠을 잘 때는 살짝 추웠다. 하지만 친구들과 꼭꼭 붙어 이불을 함께 덮고 자니 마음만은 따뜻했다. 친구들과 힘을 모은 덕분에 체험활동이 더 수월했다. 우리의 팀워크는 완벽해졌다. 아영을 하며 내 옆에 있어주는 친구들, 집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많은 걸 느끼게 돼 행복하고 즐거운 수련 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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