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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구경북상생협력 원년, 우리가 나아갈 길은 우리가 가야할 길은? [4]'대구경북광역연합'으로 재도약하자

광역차원 행정목표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일본 '간사이 광역연합' 성공사례 주목, 부·울·경에서도 광역연합 출범 모색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하면 광역연합 출범 법적 근거 마련, 대구경북에서도 관련 논의 시작해야

행정구역은 통합하지 않으면서 광역단위 사무를 처리하는 법인체 격인 '특별지방자치단체' 수립이 침체를 겪는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특별지방자치단체 수립을 가능하게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본 간사이광역연합의 성공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광역연합이란?

광역연합은 복수의 지자체가 광역적인 사무처리를 위해 만든 특별지방공공단체로 정의된다. 광역연합이 만들어지면 광역 차원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무에 대해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행정을 추진할 수 있다. 공동처리하기로 한 사무는 관계 지자체에서 광역연합으로 인계되며 기획 및 조정업무는 광역연합이, 집행은 기초자치단체가 맡는다.

일부 같은 사무를 가져와 공동처리하는 지자체조합에 비해 광역연합은 다각적인 차원에서 광역 행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광역연합의 장을 구성 지자체장 가운데서 선출하며, 광역연합 의원도 구성 지자체 의원 가운데서 직접 또는 간접 선거로 선출한다. 주민들은 광역연합에 직접 청구를 할 수 있다.

광역연합의 재정은 구성 지자체들이 인구 등 객관적 지표에 비례해 납부한 분담금으로 운영한다. 각종 사업비는 지자체별 해당 분야 관련 사업체 수 등을 반영해 책정한다. 일본에서는 간사이 지방을 선두로 큐슈, 훗카이도, 간토 등 지방에서 광역행정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간사이광역연합

간사이광역연합 로고
간사이광역연합 로고

일본에서 일찍이 광역연합의 필요성에 주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간사이 지역이다. 간사이는 교토와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를 포함하는 서일본 핵심지역으로 1995년 광역연합 제도를 도입했고, 2010년 12월 간사이 광역연합을 출범시켰다.

간사이 광역연합의 출범은 일본에서도 수도권 집중현상 속 지방의 인구 감소, 고령화, 재정적자 확대가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간사이 산업계 연합체인 간사이경제연합회는 1955년 '지방행정기구의 개혁에 관한 의견'을 내고 광역행정의 필요성을 주창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산·관이 함께하는 연합체 상설조직인 '간사이광역기구'를 만들어냈고 3년 뒤 간사이광역연합 출범으로 이어졌다.

오사카부와 교토부·시가현·효고현·나라현 등 6현, 오사카시·교토시·고베시 등 4정령시로 구성된 간사이 광역연합은 인구 2천200만명에 지역총생산은 일본 전체의 17%에 달하는 거대 지자체로 발돋움했다.

간사이광역연합은 실현 가능하고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업무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성장해 나가는 전략을 취했다. 재난 방재, 관광 및 문화 진흥, 산업 진흥, 의료, 환경 보전, 자격시험 및 면허, 직원 연수 등이다.

특히 관광 분야는 광역연합 차원의 행정 효율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류형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간사이광역연합은 간사이 어느 한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도 간사이 지방 전체를 둘러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해외여행객이 한 지방보다는 2, 3곳을 함께 둘러본다는 것에 착안해 여행사와 협의해 만든 8개의 테마별 관광코스는 간사이 관광을 알리는 효과적 정책수단이 됐다"고 밝혔다.

관광 분야에서의 협력 성과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났다. 일본 제2 도시인 오사카는 2017년 외래관광객 1천150만명으로 도쿄의 84% 수준으로 올라섰다. 관광객 증가율로는 도쿄를 뛰어넘었다. 간사이 광역연합 출범 이후 지역 내 총생산도 크게 늘었다. 2012년 기준 일본 전체의 16%를 차지했고, 2040년에는 2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광역연합' 움직임

26일 울산시청에서 동남권 상생발전협의회 소속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 부단체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이 신규과제 논의, 협약과제 점검 등을 위해 간담회를 연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울산시청에서 동남권 상생발전협의회 소속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 부단체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이 신규과제 논의, 협약과제 점검 등을 위해 간담회를 연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간사이 광역연합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의 동남권이 가장 적극적이다.

부·울·경의 대학, 기업, 시민이 참여하는 민간 주도의 '동남권 발전협의회'가 지난 5월 15일 출범했으며 출범식을 기점으로 동남권 광역연합 출범을 위한 정책 제안 및 연구, 토론 등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부울경의 혁신성장 정책 연구, 공동 브랜드 구축, 관광·문화진흥정책 개발 등 지방 분권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22일 김창룡(가운데) 부산경찰청장과 박건창(왼쪽) 울산경찰청장, 진정무 경남경찰청장이 동남권 경찰청 광역협의회에 참석해 손을 잡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22일 김창룡(가운데) 부산경찰청장과 박건창(왼쪽) 울산경찰청장, 진정무 경남경찰청장이 동남권 경찰청 광역협의회에 참석해 손을 잡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울·경 지방경찰청에서도 광역행정의 바람이 분다. 지난달 22일에는 부산·울산·경남지방경찰청이 '동남권 경찰청 광역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지방경찰청 간 현장출동 관할구역 제한을 폐지하는 등 광역대도시권 내에서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경찰 행정을 추구하기로 했다.

우선 경남 거제에서 부산, 울산으로 이어지지만 지역별로 상이했던 국도 14호선의 제한속도를 통일해 운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강력범죄 대응과 광역 교통관리 등 3대 분야에서 12개 협력과제를 추진한다.

광역연합 출범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광역 행정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간 공동 사무처리가 필요할 때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해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광역연합의 설치가 가능해진다.

안권욱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고신대 교수)는 "부·울·경은 부산-울산-창원으로 이어지는 연담도시화가 돼 있어 광역행정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관련 논의도 일찍 시작됐다"며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 마련 등 우리나라 광역행정의 밑그림은 그려진 상태이고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지방자치단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경북광역연합' 논의 시작해야

지난해 10월 2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교환 근무에 나서면서 팔공산 둘레길에서 최대진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왼쪽부터), 백선기 칠곡군수, 이 도지사, 권 시장, 배기철 동구청장, 김영만 군위군수, 최기문 영천시장과 함께 손을 잡고 대구경북의 상생협력을 다짐하며 둘레길 산책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해 10월 2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교환 근무에 나서면서 팔공산 둘레길에서 최대진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왼쪽부터), 백선기 칠곡군수, 이 도지사, 권 시장, 배기철 동구청장, 김영만 군위군수, 최기문 영천시장과 함께 손을 잡고 대구경북의 상생협력을 다짐하며 둘레길 산책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경북 시·도지사가 올해를 대구경북상생협력의 실질적 원년으로 선포한 가운데 지역에서도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적 지원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도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것.

지난달 말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는 대구경북연구원 등 각 지방연구원장이 모인 자리에서 광역단위 협력을 촉진하는 사업에 5조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간략히 밝히기도 했다.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가 추진하는 다양한 협력과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일례로 대구경북 상생협력과제로 선정된 취수원 이전이나 강정고령보 공도교 차량 통행 등은 시·도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현재 수준의 상생협력기구에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개선책을 주문했다.

지난 4월 시장·도지사 일일 교환근무에 나선 권영진(오른쪽에서 두 번째) 경상북도지사와 이철우(왼쪽에서 두 번째) 대구시장이 포항영일신항만에서 포항영일만항 활성화를 위한 대구·경북 공동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을 갖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4월 시장·도지사 일일 교환근무에 나선 권영진(오른쪽에서 두 번째) 경상북도지사와 이철우(왼쪽에서 두 번째) 대구시장이 포항영일신항만에서 포항영일만항 활성화를 위한 대구·경북 공동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을 갖고 있다. 매일신문DB

류형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권한을 가진 관리체계가 없으면 상생협력은 구호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류 연구위원은 "현재처럼 정치적 리더십에 의존해 상생협력 과제를 선정하고 기존 지자체 담당자끼리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광역연합 출범까지는 단번에 가지 못하더라도 실질적 성과를 위해서 현재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의 역할 확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희 대구시 광역협력팀장은 "동남권의 협력사례는 대구경북에서도 주목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 기능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상생위원회 내부의 상근직 직원을 늘리는 것도 보다 효과적인 상생협력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광역연합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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