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죽을 휘젓는 기분으로/ 빗속에 앉아 있었다/ 흰죽이 식어가는 모습으로/ 빗속을 걸어 다녔다/ 이따금씩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그 일이 한없이 좋았다/ 네 눈빛으로 접고 펼 수 있는/ 의자를 들였다/ 그 속에서 영영 나올 수 없었다.'-박미란 시 '사랑'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2014년 첫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에 이어 5년만에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1부 '어떤 말은 그대로 몸속에 머물렀다', 2부 '정작 너무 흰 것은 마르지 않는다', 3부 '아름다운 것을 품으면 모든 게 사라져도 사람은 남는다'로 구성해 60여 편의 시를 담았다.
시인의 시적 화자들은 길을 나서는 선택을 통해 삶을 바꾸는 대신, 자리에 머물면서 세월과 함께 삶을 지탱해간다.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마주쳤던 갈림길 앞에서의 망설임, 불안, 그리고 후회는 잊힌 것이 아니라 화자의 몸 안에 얼음덩어리처럼 뭉쳐져 있다 슬며시 나와 시가 되고 있다. 121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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