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대기실이 소란스러워 나와 보니 두 가족이 다투고 계셨다. 몽이(1·말티즈)와 짱이(12)가 공원에서 산책 중에 마주쳤는데 어리고 쾌활한 몽이가 다가서자 짱이가 거슬렸는지 몽이를 물려고 달려들자 이를 막으려던 몽이 언니가 손등을 물려버렸다.
몽이가 다친 데가 없어 다행스러워 하던 차에 물린 손등을 치료하러 병원에 다녀온 몽이네 가족들은 심각해졌다. 짱이가 최근 몇 년간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개에게 물린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고 항생제와 파상풍 주사를 처방한다. 하지만 광견병에 대한 치료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한다. 광견병 항혈청 치료가 오히려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견병에 대한 걱정이 깊어진 몽이네 가족들은 짱이에 대한 광견병 진단검사를 요청했고, 짱이네 가족들은 국내 발병 사례들도 희박한데 왜 그렇게 유난스럽게 구느냐며 반발했다.

세계보건복지기구(WHO)는 사람이 개에게 물렸을 때 개가 광견병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개에 대한 광견병 임상진단 검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10일간 동물병원에 입원하여 수의사가 다양한 항목의 임상증상을 매일 평가한다. 10일이라는 기간을 지정한 이유는 개의 타액에서 광견병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시기는 광견병의 말기 단계이며 10일 이내에 광조 증상이나 유연 증상 등의 현저한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10일 동안 광견병 주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다면 개는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10일 이내라 하더라도 광견병으로 의심되는 임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물린 사람에게 사실을 전달하여 광견병 항혈청 치료가 지체되지 않도록 전달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짱이는 10일 간의 광견병 임상진단 검사가 이루어졌고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되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몽이네 가족들은 무척이나 안도했지만, 짱이네 가족들은 불필요하게 고생하고 비용만 썼다며 여전히 불평했다.
만약 짱이를 집에 가둬두는 동안 짱이가 사라지거나 갑작스러운 질병이 발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짱이에게 물린 피해자는 위험한 광견병 항혈청 치료를 고민하여야 했고 어느 경우든 책임을 짱이 보호자에게 물었을 것이다.
WHO가 수의사에게 광견병 임상진단 검사를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수행하도록 명시하는 이유는 사람의 목숨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며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광견병은 너무나 치명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에 봄 가을로 반려견에 대한 광견병접종 기간을 정하여 반려인들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며 접종을 받을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 반려동물의 광견병 항체양성율을 조사해보면 해마다 항체형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국가와 반려인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짱이의 사례처럼 광견병 접종이 안되어 있을 경우 작은 해프닝이라 하더라도 물린 사람에게는 큰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명심하자. 광견병 예방은 내 반려견을 위한 배려이자 이웃과 공익을 위한 펫티켓이다.

한편, 2006년 이후 국내에서 사람이 개에 물려 광견병에 감염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매년 야생동물들의 광견병 확산을 줄이기 위해 광견병 예방약을 공중 살포하고 있다. 광견병을 옮기는 주 원인체는 개가 아니라 너구리, 박쥐 등의 야생동물이기 때문이다.
광견병의 명칭도 래비스(Rabies)로 바꿔 불러야 할 필요가 있다. 광견병은 모든 온혈동물 간에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야생동물이 병을 옮기지만 광견병이라는 명칭 탓에 개가 바이러스의 원인인양 오해받고 있다. 그러므로 국제적인 관례를 고려해 이제는 광견병 대신 래비스(Rabies)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 행정 기관의 현명한 판단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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