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체육회장 시대를 앞둔 첫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대구경북 각 체육회는 '단체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전문성과 명망을 갖춘 인사를 선출해야 하는' 중차대한 숙제를 안고 전전긍긍 하고 있다.
일부 체육회 주변에서는 벌써 회장 후보군에 대한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예산 확보 어쩌나…탈정치화 될까
지역 체육계는 민간 체육회장 체제의 도입으로 향후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가능할지에 대해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경산시체육회는 연간 예산의 약 95%(44억원)를 경산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쓰고 있으며 각종 체육시설도 경산시 소유로 돼 있다. 당장 체육회장 선거를 위해 소요되는 약 1억원의 예산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경산시체육회 관계자는 "전국 시군구 체육회는 예산과 시설을 자치단체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민간 체육회장이 단체장과 뜻이 안 맞으면 안정적 예산, 시설 지원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국 시군구 체육회가 자치단체로부터 체육 관련 예산과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 과정에서의 부작용도 지역 체육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회장 선거가 끝나면 선거에 대한 시시비비가 발생할 수 있고 첨예한 대립 끝에 선거가 마무리되면 낙선한 진영과 반목·갈등해 지역 화합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에 불과 몇 개월 앞서 진행되는 전국 단위 선거전이어서 정치 진영 논리로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지역 체육계 한 관계자는 "안동시체육회장 선거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탈 정치화'"라면서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인물 중에는 지역 정치권과 일을 했던 경우가 있어 본인들 입장과 관계 없이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고 했다.
◆'체육발전 헌신할 인물 뽑아야'
이 때문에 지역 체육계에서는 '체육회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정치인이 아닌, 순수하게 체육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지자체의 예산을 보조받기 때문에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선거가 아닌 추대로 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선거로 인한 지역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좁은 지역사회 특성상 선거가 과열되면 비방이 난무할 수 있고 결국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정치를 꿈꾸거나 정치를 하고 있는 인물이 체육회장 자리에 앉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자체 예산을 보조받는 단체인 만큼 지자체와 호흡을 맞출 수 있고 체육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 사명감 높은 사람이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초대 민간 체육회장, 누가 뛰나
민간 체육회장 선거전의 막이 오르면서 회장 후보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대구시체육회 초대 민간 회장 후보로는 박영기 현 상임부회장과 구진모 핸드볼협회 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김종해 현대 티엠에스 회장이 거론된다.
경북체육회 회장 후보군으로는 김하영 전 상임부회장이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현직 체육회 임원, 전 경상북도생활체육회 인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차기 구미시체육회 회장 후보로는 김수조 강동새마을금고 이사장, 허복 전 구미시의회 의장, 조병윤 전 구미시체육회 임시 상임부회장의 3파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경산시체육회에서는 회장 선거와 관련해 성달표 경산시체육회 수석부회장, 손규진 경산시체육회 부회장, 윤성규 전 경산시의회 의장이 자천·타천으로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안동시체육회장에 도전하고 있는 인물은 이재업 전 경북체육회 부회장, 안영모 전 안동시산악연맹 회장, 안윤호 전 안동시새마을회장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예천군체육회장의 경우 조경섭 전 예천군의장과 정상진 전 경북도의원, 장영우 언론인이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이대로 선거까지 이어진다면 '3자 구도'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지역 체육계 한 관계자는 "민간 체육회장 선출의 목적은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이라며 "처음으로 실시되는 민간 체육회장 선거인 만큼 애초 취지가 잘 반영됐으면 좋겠다. 각 후보가 개인이 아닌 지역 체육 발전을 위해 공정한 선거운동을 펼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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