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게는 매년 11월 1일이 무척이나 중요하고 특별한 날이었다. 그 날은 엄마의 생신이면서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심지어 살고 있는 집의 호수도 1101호여서 이 날은 부모님만의 기념일이 아닌 우리 가족 모두의 특별한 날이 되었다. 그래서 20년 가까이 이 집에서 살고 있던 우리 가족은 매년 이 날이 되면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라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부모님은 엄마의 생신날에 맞춰서 결혼식을 올리셨을까? 결혼식은 주로 주말에 올리니까 그 해 11월 1일이 주말이라야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또 그날 예식장을 대관할 수 있어야 식을 올릴 수 있으니 그날 대관이 가능한 예식장이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우연성을 더해 준다. 아파트의 호수는 또 어떻게 1101호로 맞춰졌을까? 기필코 1101호에 살고야 말겠다고 생각하며 집을 구하러 다니신 것도 아닐 터인데 신기하게도 구하게 된 집의 호수가 1101호였다니 정말 놀라운 우연이 아닌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날들과 아파트의 호수가 같은 숫자로 겹쳐지며 특별한 무언가가 되었다.
사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런 일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생일이고 어느 부부에게나 있는 결혼기념일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이 우연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고 그래서 11월 1일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날이 되었다. 남들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념일을 축하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혹시나 이 날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우연이 발견된다면 우리 가족은 호들갑을 떨며 이 날을 더욱 특별한 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해도 뭐 어떤가? 그래서 이 날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우리는 매년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라는 것은 우연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소한 모든 것들에 의미를 담아 특별한 일로 만드는 일.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그 날과 관련된 것들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일.
특별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정말로 어떤 특별한 부분이 있어서 다른 것들과는 차별되는 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스스로 부여한 의미 때문에 특별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특별함이 어쩌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유별나게 남들보다 잘해주신 것도 아니다. 하고픈 것을 다 할 수 있게 해 주신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어머니이기에, 나의 부모님이기에 필자는 온갖 말도 안 되는 의미를 다 갖다 붙여서라도 오늘을 더욱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 특별함은 우리의 간절한 마음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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