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으로 반강제적인 이주를 해야 하는 세입자에게 겨울은 잔인한 계절입니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최소한의 인권을 생각해 강제철거가 이뤄질 수 없도록 대구시에서 감독해 주십시오."
대구 동구 한 재건축 지역에서 17년 동안 가발 가게를 운영했던 세입자 박명원(53) 씨는 30일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깨까지 오던 장발의 머리를 깎았다. 강제이주로 인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반빈곤네트워크와 인권운동연대 등 지역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구시는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동절기 강제철거를 규제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갈등을 조정하는 사전 협의체 구성을 위한 책임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라 도시정비사업 진행 시 12월~2월에는 강제철거를 금지하고 있다. 또 구청장을 중심으로 시행사, 세입자, 현금청산자 등이 참여하는 사전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명문화했다.
대구 남구 한 재개발 구역 원주민 백승학 씨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려면 전세를 살거나 빚을 내야 해 수평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서울 사례를 참조해 대구에서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반빈곤네트워크는 최근 대구시의회를 찾아 '대구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가칭) 제정을 건의했으나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 조례는 상위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국회에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 강제철거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이를 지켜본 뒤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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