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 90여일 앞인데…한국당 TK 예비후보 실종 사태

대구경북 25개 지역구에 42명 등록…대구 6·경북 5곳은 아예 없어
현역 의원들 모두 등록 않아…보수대통합 등 변수 눈치보기
황교안 대표의 얕은 인재풀도 원인

자유한국당 대구시당·경북도당 신년 인사회가 2일 오후 수성구 범어동 당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21대 총선에서 승리를 기원하며
자유한국당 대구시당·경북도당 신년 인사회가 2일 오후 수성구 범어동 당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21대 총선에서 승리를 기원하며 '2020 희망기원' 시루떡을 자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4·15 총선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구경북(TK)의 상당수 지역구에 자유한국당 예비후보 실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국당의 텃밭인 TK는 '공천=당선'인 탓에 공천을 향한 예비후보 간 경쟁이 어느 지역보다 치열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는 한국당 예비후보의 인원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데다 일부 지역구는 한 명도 등록하지 않은 전례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1개 지역구 한국당 예비후보 실종

7일 현재 대구의 한국당 예비후보는 전체 12개 지역구에 18명이 등록했다. 현역 국회의원은 아무도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동갑(정종섭 의원), 서구(김상훈 의원), 북갑(정태옥 의원), 수성을(주호영 의원), 달서을(윤재옥 의원), 달성(추경호 의원) 등 6개 지역구는 한국당 예비후보가 아예 한 명도 없다. 통상 현역 의원이 재공천 받을 가능성이 큰 지역은 예비후보들이 많지 않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역 의원의 재공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조차 예비후보 등록이 낮은 것이다.

반면 북을과 수성갑은 예비후보들이 각각 5명과 4명으로 상대적으로 많다. 두 지역 모두 한국당 현역 의원이 없는 무주공산인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 13개 지역구에 2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역시 현역 의원들은 아무도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포항북(김정재 의원), 김천(송언석 의원), 구미을(장석춘 의원), 영천청도(이만희 의원), 상주군위의성청송(김재원 의원) 등 5개 지역구에는 한국당 예비후보가 나서지 않고 있다.

반면 현재 구속 중인 최경환 전 의원 지역구인 경산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완영 전 의원 지역구인 고령성주칠곡은 모두 6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다만 고위공직자 등이 출마하려면 오는 16일 이전 사퇴를 해야 하는 탓에 조만간 예비후보들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현 정권 탄압, 변수 많아 주저?

예비후보 실종 현상에 대해 한국당 안팎에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출마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대거 수사를 받으면서 정치적 포부를 펼칠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는 얘기다.

TK 예비후보 중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인사는 극소수다. 경북 경산에 출마하는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구 동갑 출마가 유력한 천영식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정도다.

천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이후 많은 구 여권 인사들이 탄압을 받았다. 대법원 판단이 나지 않아 아직도 혐의를 완전히 벗지 못한 인사도 상당수"라며 "이런 탓에 문제가 전혀 없는 인사들도 출마 생각은 있지만 스스로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대거 이번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인재풀이 얕은 것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황 대표가 검사와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등 공직을 거쳤지만, 정치 경력이 짧아 주변에 정치권 인사들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과거 출마자들이 공천권자와 직간접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공천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출마를 희망하지만 황 대표와 인연이 없는 탓에 일찌감치 생각을 접은 경우도 적잖다는 풀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는 성균관대, 검사, 공직 등에서의 인맥이 있지만 정치권의 인재풀은 그리 깊지 않다"며 "출마 생각은 있지만 공천권자와 인연 없이 맨땅에 헤딩하기는 싫다는 인사도 적잖다"고 말했다.

보수대통합 등 향후 변수가 많은 탓에 출마를 주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장 보수대통합이 현실화할 경우 큰 틀에서 공천이 결정되는 탓에 예비후보 등록 후 선거운동에 나서봐야 별 소득이 없다는 것도 예비후보 등록을 주저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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