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창의성은 새로운 풍경을 찾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여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삶이 아름다움을 살피는 여정이라면 얼마나 설레고 행복할까요?
오늘날 우리네 삶이 이토록 거친 이유도 타인이 설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그저 쫓기 때문이 아닐까요? 무엇이 아름다운지, 내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 채 허덕이면서요.

◆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 심미안(審美眼)
유명한 미술작품 앞에서나 다들 감탄하는 건축 공간의 아름다움을 보고도 좋다고 느끼지 못하고, 대단한 명곡을 들어도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예술을 머리로 이해하며 외워야 하는 것으로 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미적감각(esthetic sense)은 특별한 사람들만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자극과 누적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유광준 작가의 '심미안 수업'은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에 대해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영역에서 작가의 오랜 미적경험을 통해 누적된 감각사용의 비법을 전수합니다.
'심(審)'은 살핀다는 뜻입니다. 운동경기에서 심판(審判)은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꼼꼼히 살펴서 판정해야 하는 사람이지요. 미적 감각이 좋은 사람들의 특징은 세상을 흘려보내지 않고 촘촘하게 봅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묘한 차이에 민감해지는 것이며, 그 발견에서 뛰는 듯한 희열을 느낄 때 살아있음의 감동 또한 느끼게 됩니다.
작가는 숨은 의도를 발견하는 기쁨을 미술관에 가서 찾아야 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사라지기에 아름다운, 그래서 끊임없이 재연되는 음악의 숙명과 나를 둘러 싼 공간이 확장되는 마술을 경험하게 하는 종합예술 건축을 언급합니다.
가장 손에 쉽게 잡을 수 있는, 행복의 기술로서의 사진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디자인에서 찾는 안목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이러한 심미안을 갖는 과정에는 경험의 누적이 필요합니다. '일만시간의 법칙'처럼 세상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우리는 이 단순한 진리를 잊고 너무나 조급하게 무언가를 얻으려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살피는 능력 또한, 그만큼의 애씀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그 애씀이 세상을 찬찬히 살피는 여정이라면 삶은 참 아름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새로운 시각을 갖는 여정, 창의성
이제 심미안을 그림에 좀 더 집중해 보겠습니다. 이명옥 작가는 사바나 미술관을 운영하며 많은 미술감상 관련 책을 집필한 사람입니다. 그가 새로운 시선으로 펴낸 '생각을 여는 그림'에서는 키워드와 스토리텔링을 융합한 미술감상법을 구현합니다.
태양, 달, 별, 바람 등 핵심 단어인 키워드를 먼저 고른 다음에 다섯 카테고리로 나눕니다. 그리고 각각의 키워드를 표현한 작품들을 선정해 미술사적 의미와 메시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전합니다.
예를 들어 '눈(眼)'이라는 키워드에서는 이집트 신화 속 호루스의 눈, 힌두교의 신 시바의 이마 한가운데 있는 제3의 눈, 벨기에 출신의 마그리트의 철학적인 눈, 프랑스의 화가 오딜롱 르동의 상상의 눈, 미국의 화가 월 바너의 '감시하는 눈'을 미술작품과 함께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눈을 표현한 작품들의 공동점과 차이점을 촘촘히 비교 감상합니다. 동서양의 신화, 종교 예술 세계에 나타난 눈의 상징과 의미까지 살펴봅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육체의 눈인 육안(肉眼), 마음의 눈인 심안(心眼), 지혜의 눈인 혜안(慧眼) 등 여러 개의 눈을 가졌다는 걸 인식하게 합니다. 이어서 이를 지혜롭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그의 시 '순수의 전조'에서 이처럼 노래하였습니다. 같은 작품, 같은 사람, 같은 사물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능력이 창의력입니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애쓰는 삶의 여정 속에서 심미안은 만들어집니다. 그러면서 우리네 인생도 더욱 창조적이며 아름다워지겠지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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