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독재국가에서도 이렇게는 안했다

1·8 검찰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낸 당정의 윤 총장 압박이 도를 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검찰총장이 본분을 망각한 채 사실상 항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인사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모습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까지도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며 윤 총장에게 화살을 겨눴다. 법으로 규정한 '검찰총장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당정이 약속이나 한 듯 윤 총장의 항명처럼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추 장관이 애초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안을 만들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항명 근거로 "검찰인사위 회의 전 30분뿐만 아니라 인사위 후에도 6시간 동안 기다렸다"는 점을 들었다. 추 장관은 검찰 인사위원회 개최를 30분 앞두고 윤 총장에게 법무부로 오라고 호출했다고 한다. 인사안도 검찰에 제시하지 않았고 인사 정보도 공유할 생각이 없으면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요식적 절차 충족에 집착한 것이다. 그러고도 문제가 불거지자 항명으로 몰아간다면 적반하장이라는 말로 부족하다.

당장 "독재국가에서도 이렇게 (인사를) 안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그렇게 말했다. 배병일 영남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청법상 협의를 하라는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고 규정했다.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번 검찰 인사는 명백한 수사 방해이자 보복 인사라며 추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군사 독재 정권에도 없었던 대학살'이라며 맹비난했다. 한국당 역시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가뜩이나 국민은 이번 검찰 인사를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를 덮기 위한 술수로 읽고 있다. 그 완결판이 이번 인사로 수족이 잘린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가 될 것이다. 이번 검찰 인사 후폭풍은 당정청이 일사불란하게 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줬다. 그리하여 당장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덮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국민이 그 숨은 뜻을 모르리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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