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혼자 살아도 괜찮아] <2>"결혼에 얽매지 않고 일찍 마련한 집, 멋지게 꾸미고 홈 파티도 즐겨요"

30대 교직원 이종해 씨… 인테리어와 홈파티, 그림 그리기 취미 보내며 행복 찾아

30대 나이로 100㎡대 아파트를 장만해 혼자 사는 교직원 이종해 씨.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0대 나이로 100㎡대 아파트를 장만해 혼자 사는 교직원 이종해 씨.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내집 마련, 결혼해야만 가능한 일인가요? 독립된 삶, 마음대로 꾸민 멋진 공간에서 살려면 일찍 구한 내 집만큼 좋은 곳도 없어요."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직원 이종해(34) 씨는 독립 생활만 16년 째다. 가까운 사람을 집에 초대해 파티하고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일을 즐긴다.

'20대엔 연애, 30대엔 결혼과 출산' 등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생애주기를 반드시 뒤따라 살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결혼하지 않아도 개인적 공간인 아파트를 일찍 구해 살 수 있다 생각했고, 혼수에 얽매지 않은 채 살림에 필요한 생활 가전과 가구도 일찌감치 장만했다.

◆20대에 구한 아파트…인테리어, 홈파티 등 시간 보내

이 씨는 울산 출신으로, 고교 졸업 직후 대구가톨릭대에 진학하면서 원룸을 얻어 살았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에 혼자 지내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집을 꾸며 지내는 게 재밌었다. 원룸의 좁은 공간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던 그는 대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며 차곡차곡 모은 돈, 교직원으로 취업해 번 돈과 주택담보대출을 보태 2012년 경산의 한 80㎡대 아파트를 처음 샀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집 내부를 멋지게 꾸미는 데 취미를 들였다. 손재주가 좋아 간단한 가구를 직접 만들거나, 집안 곳곳에 간접조명과 영화·TV 감상용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은은한 분위기의 휴식 공간을 꾸렸다. 그의 집은 당시 대부분 미혼이던 친구들이 방문할 때마다 부러움을 자아내는 장소였다.

이 역시 온전히 성에 차진 않았다. 서재, 요리하기 좋은 넓은 주방, 더 많은 사람이 모여 놀아도 이웃에 소음 피해 우려가 없는 넓고 아늑한 공간을 원했다. 이 씨는 그가 살던 주택 시세가 올랐을 때 대출금을 증액해 차를 마련하는 한편, 일하며 모은 돈을 더해 새로 분양받은 100㎡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현재 집은 아파트 꼭대기 층이라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3개의 방은 침실, 서재 겸 업무공간, 게스트룸 등으로 용도를 구분했다. 국내외 인테리어 사례를 참고해 직접조명을 최소화하고 수십 개의 간접조명을 직접 설치,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집은 내부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이 씨의 출·퇴근을 알아챈다. 무선인터넷과 연동한 20여 개의 스마트 플러그, IoT 스마트홈 기기를 활용, 집안 곳곳의 조명과 음향장비 등을 스마트폰이나 음성명령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해서다.

퇴근한 이 씨가 집 1㎞ 주변에 도착하면 조명이 자동으로 켜진다. 잘 시간엔 조명이 자동으로 꺼지고, 거실 소파 아래의 LED 전등만 켜 둬 자다 깨서 돌아다니더라도 불편이 없다. "음악 재생해 줘" 명령만으로 원하는 곡을 들을 수도 있다.

이종해 씨는 야경이 멋진 아파트 꼭대기층 집안 곳곳을 간접조명으로 인테리어하고서 홈파티, 아크릴화 등 취미생활을 즐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종해 씨는 야경이 멋진 아파트 꼭대기층 집안 곳곳을 간접조명으로 인테리어하고서 홈파티, 아크릴화 등 취미생활을 즐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나만의 행복관, 내 공간서 다양한 취미생활 누려"

처음 그의 삶을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결혼하면 부부가 함께 살림살이를 장만할 텐데 왜 혼자 앞장서 무리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직장 상사나 친척 어르신, 특히 부모님은 "언제 결혼할 거냐, 평생 혼자 살 거냐"며 재촉도 한다.

이 씨는 행복·삶의 기준이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정, 가족에 얽매지 않으니 캠핑, 라이딩, 홈파티, 아크릴화 그리기 등 취미생활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것.

그는 "결혼해야만 개인적 공간을 갖고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결혼과 그 후 미래 생활에 대비하느라 청년 시절의 현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일찌감치 내 공간을 마련해 삶을 즐긴 것"이라고 했다. "주택대출, 가전과 가구 모두 장기 할부로 사느라 한동안 긴축 재정을 하긴 했지만요." 그가 웃었다.

연애나 결혼, 인간관계에 전혀 관심없는 것은 아니다. 이 씨는 "마음이 내키면 언제든 결혼할 생각도 있다"면서 "행복하고자 결혼하는 것인지, 보편적 생애주기 목표를 이루려고 결혼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소개팅 등엔 왠지 모를 어색함도 있다고.

남녀 친구와 두루 즐겁게 만나는 것은 언제든 대 환영이다. 최근에도 아파트 입주 초기 친해진 이웃들, 직장 동료들, 대구경북 청년 교직원 모임 등을 집에 초대해 간단한 모임과 송년회 등 홈파티를 즐겼다.

"결혼한 친구 등을 보면 가족과의 삶을 위해 자신의 꿈을 양보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언제든 꿈꿀 수 있고 하고싶은 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건 마음의 여유를 줍니다. 보편적 행복에 얽매지 않고 제가 바라는 행복을 찾아 나가고 싶습니다."

이종해 씨가 서재 겸 업무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쉬고 있다. 주변으로 컴퓨터 책상과 와인병 진열장이 보인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종해 씨가 서재 겸 업무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쉬고 있다. 주변으로 컴퓨터 책상과 와인병 진열장이 보인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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