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늘 아래 두 교황' 사제독신제 놓고 충돌하나

은퇴한 교황 베네딕토 16세, 저서 통해 "사제독신제 유지" 주장
아마존 등에 예외적 수정 가능성 열어놓은 현 교황 입장과 배치
"숨어지내겠다"던 전임 교황의 이례적 발언

베네딕토 16세(92) 전임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마존 지역의 사제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자 사제독신제에 예외를 두는 방안을 고심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수적인 전임 교황과 진보적인 현 교황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싹트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13일(현지시간) 출간한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천주교의 위기'라는 책에서 1천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온 사제 독신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12일 전했다. 책은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을 맡고 있는 보수 성향의 로버트 사라(74·기니) 추기경과 공동 집필한 것이다.

성직자가 부족한 아마존 지역에 한정해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허용을 권고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시노드) 투표 결과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사안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별 요청해 지난해 10월에 열린 '아마존 시노드'에서 찬성 128표, 반대 41표로 권고문에 포함돼 거센 찬반 논란을 불렀다.

베네딕토 16세는 책의 서문에서 주님을 섬기려면 사제의 모든 재능을 바쳐야 하는데 남편 또는 아버지에게 요구되는 업(業)과 사제로서의 소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가톨릭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사제독신제는 12세기 초반까지 관례로 행해져 오다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리 등에서 보수적 관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등을 이유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600여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절대적 복종"을 맹세하고, 숨어서 조용히 지내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교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종종 자신의 의견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현 교황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특정 사안을 콕 집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김지석 선임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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