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버 보복, 활개치는 중고거래 사기꾼

사기꾼 알리려다 전화와 문자 폭탄 세례…전화번호 바꾸기도
스스로 피해 입증해야 하고 가해자 특정도 어려워

몇 분 간격으로 모르는 번호가 쏟아진 전화 폭탄 캡처. 제보자 김현호(24·가명) 씨 제공
몇 분 간격으로 모르는 번호가 쏟아진 전화 폭탄 캡처. 제보자 김현호(24·가명) 씨 제공

김현호(24·가명) 씨는 지난 12일 하루 종일 모르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시달렸다. 전화 폭탄 스트레스로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중고차딜러, 대출상담원, 중고거래사이트 이용자 등 수십명으로부터 2~3분 간격으로 전화가 걸려오거나 메시지가 전송된 탓이다. 김 씨가 짐작하는 이유는 하나. 최근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사이버 사기꾼으로 의심되는 이의 신상을 밝힌 이후부터 사이버 테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민아(26·가명) 씨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한 뒤 동일 사기꾼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함께 대응하기 위해 '단톡방'을 만들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누군가가 남녀만남 어플에 이 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오늘 밤에 같이 잘 남자 구한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이로 인해 낯선 이들의 은밀한 전화와 문자가 쏟아졌고, 민망한 사진까지 받았다. 이 씨는 결국 휴대폰 번호를 바꿔야 했다.

'사이버 보복'이 속출해 주의가 요구된다. 온라인 범죄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신고자에게 전화·문자 테러를 가하는 등 보복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도 사이버 보복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방지책이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중고거래 이용자들은 사이버 보복이 일상화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보복성 피해를 포함한 '사이버 보복 폭력'은 점차 느는 추세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 경험률은 2017년 17.1%에서 2018년 21.6%로 증가했다.

이러한 일방적인 피해에도 가해자의 혐의나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이버 보복의 특성상 사실 관계 입증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이버 사기꾼들이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등록된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보복 피해를 봤다면 가해자가 어떤 사이트에 무슨 내용으로 개인정보를 올렸고 어떻게 도용했는지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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