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중소기업엔 희망이 필요하다

김기환 (주)대홍코스텍 대표이사
김기환 (주)대홍코스텍 대표이사

경영 힘들다는 많은 중소기업인
사업 그만두는 것도 심각히 고려

인기 위주의 단기적 정책이 아닌
기업 환경 개선에 장기적 투자를

요즘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어떤 분이 기업인들이 언제 안 힘들다고 한 적이 있냐면서 비판을 하셨다.

맞는 말이다. 기업인들은 매년 힘들다고 말한다. 그만큼 오늘날의 경영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오늘 조금 좋다고 내일 기업이 좋으리라는 장담을 아무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언제나 기업인들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고 두렵다.

IMF,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힘든 상황에서도 많은 중소기업이 포기하지 않고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까지 생존해 왔다. 그것은 기업인으로서 나라 경제에 일조한다는 자부심 그리고 미래에는 나의 기업과 경제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사업을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업인의 노력에 대해 폄하하면서 기업인으로서 자괴감마저 들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정책은 이렇게 힘이 빠진 중소기업인들에게 다시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실제로 중소기업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하는 분들을 만나 보면 중소기업과 경제에 대하여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뛰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러한 노력에도 중소기업들은 희망을 점점 잃어 가고 있는 걸까?

먼저 정부가 중소기업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을 중소기업 시각이 아닌 정책 담당자 시각에서 해결책을 찾아서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중소기업 입장이 되어 선입견 없이 들어봐 주기를 바란다. 그저 앓는 소리, 불만 불평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말로 중소기업의 입장이 되어 봐 주셨으면 한다.

밤잠을 설쳐가며 회사의 생사를 고민하고, 회사가 어려울 때 월급날이 다가오는 두려움을 알며, 대기업만큼 충분한 급여와 복지를 해 주지 못해 직원들에게 미안해해 봤던 중소기업 경영자분들이 함께 의견을 내고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지금까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해 온 다수의 보통 중소기업인들을 존중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얼마 전 정부가 주 4일 근무에 신입 사원 연봉이 4천만원인 중소기업을 좋은 일자리로 언론을 통해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소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를 접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한 번쯤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기업은 정당한 경제 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 결과로 세금과 고용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기업의 사회 환원, 직원들의 복지 혜택 증진 등은 근본 목적이 달성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 가정에서 부모님이 열심히 일하여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을 기르는 것 자체로 우리는 그분들을 존경한다. 부모님이 번 돈으로 사회에 기부하지 않거나 가족들에게 부유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우리는 그분들을 존경하지 않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업이 근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해 존경과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진정 중소기업과 함께 가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이 빠른 시간 내에 일시적으로 고용, 성장, 수출 등의 결과 지표를 좋게 하는 인기 위주의 단기 정책에 비중을 너무 많이 두면 정부의 의도를 오해할 수도 있다.

한 예로 청년 취업, 신규 고용을 얼마 하면 얼마 지원해 주는 정책은 필요는 하지만 이것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은 신규 채용률과 실업률 감소라는 보여주기 위한 지표를 만드는 것에 더 치중하는 것처럼 비친다.

기업의 고용은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 정책은 당장 효과가 나오지 않아 인기가 없더라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기업 환경 개선에 더 많은 투자와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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