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코로나19, 개·고양이도 감염될까?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우한 폐렴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길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전혀 다른 그룹의 바이러스다. 고양이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병을 전파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우한 폐렴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길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전혀 다른 그룹의 바이러스다. 고양이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병을 전파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동물병원을 찾아오신 손님이 자신의 고양이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는지 물으셨다. 자신의 고양이가 코로나바이러스 항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호자에게 코로나19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길고양이에게서 검출되는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드리니 그 후에야 안심을 하셨다.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우한 폐렴의 원인체는 코로나바이러스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계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다양한 동물마다 상재하고 있으며 그 종류는 무한하다. 그런데 자연계에 분포돼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왜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원성을 가지게 되었을까?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RNA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생존 환경이 불리해지면 굉장히 빠르게 변이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능력이 뛰어나다. 적절하게 변이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숙주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거나 오히려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증식하기도 한다.

코로나19는 유전자 분석을 바탕으로 박쥐에서 유래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추정한다. 박쥐를 먹거나 접촉한 야생동물을 인간이 접촉하는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조건이 바이러스의 변이를 초래하여 인간에게 감염되어 치명적인 병원성을 가진 전염병으로 발전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선례는 사스와 메르스에서 확인되었다. 이번 코로나19은 유래없이 전염성이 강하고 증상없는 잠복기 환자들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

개와 고양이에게도 종 특이성을 유지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한다. 개 코로나바이러스는 약한 장염을 유발하며 자연 면역이 되기도 하고 예방백신을 통해 건강한 면역을 갖출 수도 있다. 개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한 사례는 보고되어 있지 않다.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약한 장염을 유발하지만 어린 고양이에게 감염되면 위험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들(70%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 면역으로 건강하게 생존한다. 특이한 점은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특정 환경에서 변이가 발생하면 고양이전염성복막염(FIP)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와 마찬가지로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시킨 사례는 보고되어 있지 않다.

개와 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왜 인간에게 질병을 초래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인간과 밀접하게 공생해온 개와 고양이는 인간에게 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 않았음을 검증받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종의 장벽을 넘어 개와 고양이에게 늘상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어 질병이 유발됐다면 이미 인간이나 동물 둘 중 하나는 도태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는 1만년 이상을 생물학적으로 교류하며 개와 고양이에게 상재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병을 유발시키지 않는다는 안전성을 검증받은 셈이다.

우한폐렴(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중숙주는 박쥐이며 중간 매개 숙주로는 뱀으로 추정한다.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바이러스의 역습이라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우한폐렴(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중숙주는 박쥐이며 중간 매개 숙주로는 뱀으로 추정한다.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바이러스의 역습이라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2003년의 사스, 2015년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19의 종숙주는 박쥐로 추정한다. 사스는 중간 숙주라 할 수 있는 사향고양이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어졌고, 메르스는 낙타, 코로나19는 뱀 등의 식재료로 이용된 야생동물이 매개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사스와 코로나19은 야생동물을 가학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되면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발전하였을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바이러스의 역습이라 할 수 있다.

야생동물을 먹는 문화는 중국만의 문화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보신이라는 명분으로 야생동물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 구조를 위해 산에 오르다보면 여전히 야생동물을 잡는 올무와 뱀을 잡으려는 그물망이 수시로 발견된다. 개와 고양이도 기호성이나 보신 목적으로 가학적으로 희생시키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수요가 있는 한 야생동물을 공급하는 사람들은 사라질 수 없으며, 돈벌이가 급급한 사람들이 동물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와 위생 따위를 안중에 둘 리가 없다.

특이한 동물을 키우겠다는 바람도 야생동물을 남획하는 수요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자. 야생동물을 남획하고 전시하거나 동물에게 고통주는 행위들은 생명 보호와 공중보건학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개선되어야할 악습임을 명심하자.

개와 고양이와 인류는 1만년 이상 공존하며 질병학적으로 인간에게 가장 안전한 파트너임을 검증받아 왔다. 개와 고양이에게 상재되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종의 경계를 유지하며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이 밝혀져왔다. 개와 고양이를 반려동물이 부르는 생물학적 근거인 셈이다.

코로나19가 개와 고양이게 감염된다는 보고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예방적인 측면에서 국내에 질병이 확산되어 질병의 전파 가능성이 높게 예보된 지역에서는 당분간 산책을 피해주실 것을 권고드린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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