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코로나19와 가짜 뉴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김수용 서부본부장
김수용 서부본부장

바이러스(Virus)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세균(박테리아)보다도 수백 배 이상 작다.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만 복제와 증식이 가능해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여겨진다. 항생제가 통하는 세균과 달리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은 치료약이 없다. 바이러스 자체가 워낙 연구하기 까다로운 상대일 뿐 아니라 변종, 신종까지 등장해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인류 멸망을 다룬 암울한 공상과학소설에서 바이러스가 주인공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바이러스는 가공할 만한 치사율과 전염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인류를 위협할 만한 바이러스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최대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 중 전염이 안 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 국한돼 발병했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숙지기도 했다.

치사율과 공포심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유행한 사스만 해도 초기 치사율이 20~30%에 달했지만 전체 치사율은 9.6%였다. 사스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774명이었다. 메르스의 경우 2012년 4월 이후 2019년 말까지 2천499명이 감염됐고 861명이 숨져 치사율이 34.5%에 달했다. 메르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3명이 감염돼 51명이 숨졌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7일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만2천436명이며 사망자는 1천868명이다. 치사율은 후베이성 3.2%, 후베이성 외 지역 0.4%, 중국 외 국가(24개국) 0.23% 정도다. 매년 유행하는 독감의 치사율은 0.01~0.04%다. 하지만 독감 탓에 폐렴에 걸려 숨지는 사람은 매년 미국에서만 5만~8만 명, 한국에선 2천 명 정도에 이른다. 수치만 보면 독감이 훨씬 더 무섭지만 인류가 갖는 공포심은 코로나19 쪽이 훨씬 크다. 이유는 코로나19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출처나 근거가 불분명한 가짜 뉴스도 공포심 증폭에 한몫한다. 가짜 뉴스는 21세기 정보시대의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숙주의 허술한 면역계를 뚫고 공격하듯이 가짜 뉴스는 부족한 정보와 불안정한 감정을 공격한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바이러스가, 사실과 날조의 경계에 가짜 뉴스가 있다. '사실'이라는 단백질로 포장돼 있지만 '날조'라는 유전자 증식이 목표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과 쏟아내기식 뉴스 생산에 급급한 채널들의 확대로 어느 순간부터 뉴스와 가짜 뉴스를 분간하기도 어렵게 됐다. 한 줄짜리 그럴듯한 제목에 현혹돼 클릭하면 그때부터 가짜 뉴스 확진자가 된다. 바이러스처럼 약도 없다. 급작스러운 반응을 보이기 전에 침착하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가짜 뉴스 면역력을 키워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가짜 뉴스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환절기 독감 바이러스처럼 많은 신종과 변종 가짜 뉴스가 등장할 터이다. 예방책이나 치료약은 없다. 하지만 하나만 명심한다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선거는 온전히 감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성적 판단으로 정의로운 후보를 택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우리는 새 전자제품을 살 때 차라리 더 이성적이다. 흠결없이 정의로운 정치인이 있고, 그를 선택할 수 있다고 지금도 믿는다면 그건 어린 시절 위인전을 너무 열심히 읽은 부작용이거나 특정 후보 또는 정당만큼은 공의롭다는 가짜 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자기 선택을 강요하거나 타인의 선택을 폄훼해선 안 된다. 가짜 뉴스 바이러스만 확산시킬 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