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쓸자 기업들은 발 빠르게 '오스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자사 제품을 다시 언급하는가 하면, 제품과 영화 포스터를 교묘히 합성한 패러디에도 열중이다. 오스카 마케팅은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서점·차량·가구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펼쳐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얼어붙었던 시장에도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최고 수혜는 짜파구리의 농심…유통업계에 부는 기생충 바람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주인공은 '짜파구리'의 농심이다. 짜파구리는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끓인 라면으로 2009년 무렵 한 네티즌이 조리법을 소개하며 유명해졌다. 영화에서는 연교(조여정 분)가 가정부 충숙(장혜진 분)에게 한우 채끝살이 들어간 짜파구리 조리를 주문한다.
짜파구리가 기생충으로 다시 급부상하자 농심은 오는 3월 미국 시장에 완제품으로 만든 짜파구리를 컵라면 형태로 출시할 예정이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전후해 해외에서 판매 요청이 줄을 잇자 아예 완제품으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농심은 국내 시장에는 완제품보다는 라면 수프의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한 패키지 형태의 짜파구리를 내놓을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면업체 팔도는 기생충을 패러디해 만든 자사 대표 상품 '더 왕뚜껑' 광고 계약을 오는 2월까지 연장 집행했다. 더 왕뚜껑 광고는 이미 계약이 종료된 상황이었으나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주목받자 연장을 결정했다.
극중 동익(이선균 분)의 막내아들 다송(정현준 분)이 그린 그림을 왕뚜껑으로 바꿔 재미를 더한 해당 광고는 이미 지난 10일 한 케이블TV의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 중간에 3차례 노출돼 효과를 봤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을 활용한 마케팅도 눈에 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에서 수상하자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실 준비가 됐다"며 재치 있는 소감을 전했다.
이에 오비맥주는 영화 포스터에 오스카상 트로피가 카스 맥주를 든 모습을 합성한 기존 웹포스터에 아카데미 수상이 확정된 후 "오늘 같이 회식하실 분?"이라는 문구를 더해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CJ헬스케어도 수상 소감에 힌트를 얻어 페이스북에 숙취해소제 헛개차를 '헛개충'으로 바꾼 패러디 포스터를 올렸다. 기생충이 받은 상 명칭도 패러디해 술자리 감독상, 회식 각본상, 폭탄주 작품상, 꽐라 장편 영화상으로 표현했다.
대형마트도 오스카 마케팅에 나섰다. 이마트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메시지를 SNS에 남긴 10명을 추첨해 1만원 상품 교환원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롯데마트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극 중 대사를 활용해 밸런타인데이 판촉 활동을 했다.

◆유료방송업계는 '봉준호 특집관', 출판계는 '기생충 각본집'
인터넷(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업계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모은 테마관을 마련하고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KT 올레 tv는 '봉준호 감독 특별관'에 봉 감독 관련 다큐멘터리와 아카데미 시상식 영상을 편성했다. SK브로드밴드 B tv는 테마관에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등 봉 감독 작품을 모았다. 또 오는 23일까지 기생충 다시보기를 30% 할인한다. 케이블TV LG헬로비전은 '아카데미 영광의 순간' 특집관을 만들고 기생충 다시보기 할인과 함께 '조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아카데미 수상작을 편성했다.

출판계는 봉 감독이 직접 쓴 '기생충 각본집&스토리북 세트'의 수요 급증에 함박웃음이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기생충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지난 10일 오전 이후 6시간 동안 350권이 판매돼 지난주 하루평균 판매량(15권)보다 23.3배 늘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도 해당 세트가 수상 당일에만 약 350권이 팔렸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인스타그램에 기생충 포스터와 함께 "영화 속 '코너링 좋은' 그 차, S-Class 드림"이라는 문구를 더해 극 중 등장하는 자사 차량을 홍보하며 "센스 있다"는 호응을 이끌어냈다.
◆봉준호 셔츠에 오스카 돌잡이까지…기생충 굿즈 불티
봉 감독, 기생충과 관련한 기상천외한 굿즈도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에서는 오스카 트로피를 본떠 돌잡이 용품으로 만든 제품이 7천~8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돌잡이용 오스카 트로피는 원래 존재하던 제품이나, 기생충 수상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트로피 모양을 정교하게 복사한 제품은 가격이 30만원에 이르러 봉 감독이 받은 정품 트로피 가격(400달러, 한화 약 48만원)과 별 차이가 없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이 만든 '봉준호 티셔츠'도 인기다. 네온은 지난달 글로벌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의 영문 로고 BTS를 봉 감독의 이니셜 BJH로 바꾸고 뒷면에는 한국어로 봉 감독의 이름과 PARASITE(기생충), OKJA(옥자), SNOWPIERCER(설국열차) 등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새겨 넣었다. 방탄소년단을 발판으로 기생충을 알리려는 네온의 시도는 적중해 티셔츠 출시 후 구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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