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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대구 지하철 참사 아물지 못한 상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
지난해 10월 치료와 치유 지원 시작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의료진이 부상자를 긴급하게 옮기고 있다. 매일신문 DB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의료진이 부상자를 긴급하게 옮기고 있다. 매일신문 DB

#김미숙(가명·49) 씨는 2003년 대구 지하철화재 현장에서 고온 상태의 유해가스를 들이 마셔 목이 타버렸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목에 통증을 느끼며 살고 있다. 대화 때면 몇 마디 하지 못하고 목이 따갑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옆에서 돌봐주던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서 고통과 싸우고 있다.

#신미자(가명·60) 씨는 지하철 참사 이후 정신이 반쯤 나가버렸다. 불에 대한 정신적 상처로 아침마다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전조등과 형광등에 부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은 사기까지 당해 이혼하고, 미자 씨는 노숙 생활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남동생 집에서 살고 있지만, 대화가 불가능해 심리 치료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이달 18일 17년째를 맞는 대구 지하철화재의 '악몽'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살아남은 부상자들의 몸과 마음에는 상처가 깊게 남아있다. 지난해 부상자 의료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치료를 시작했지만, 아직은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2017년 대구 지하철 참사의 한 부상자가 자신의 위암 수술 자국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2017년 대구 지하철 참사의 한 부상자가 자신의 위암 수술 자국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신문 DB

13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통과된 '대구 지하철화재 사고 부상자 의료지원 조례' 대상자는 모두 136명이다. 이들은 현재까지 사고 후유증을 겪고 있다. 신체적 고통을 비롯해 폐쇄된 공간에서의 불안 등 심리적 상처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

이들을 위해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의료비 지원과 심리상담사업을 시작했다. 향후 5년간 진행될 이번 사업의 올해 예산은 1억5천만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의료비 지원을 받은 사람은 6명, 심리상담은 약 20명에 불과하다. 예산 집행도 2.2%에 머물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외출을 꺼리거나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사업 초기라서 참여가 많지 않다. 추후 경과를 지켜본 뒤 지원을 활성화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부상자 가족들은 지원 사업의 활성화를 비롯해 장기적인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동우 대구지하철참사 부상자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부상자들의 후유증이 오랫동안 지속했음에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불행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지원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장기적으로 부상자를 돌봐줄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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