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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할리우드 길을 비추는 별 '메릴 스트립'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 '더 포스트'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지난주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수상으로 영화 '기생충'과 함께 오스카상이 화제가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이는 누구일까? 총 21회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맘마미아', '철의 여인' 등의 작품을 통해 당당하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녀는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으로 노미네이트 된 영화 '더 포스트'에서 메릴 스트립은 당찬 여성 기업인의 모습에 내적 고민과 갈등하는 캐릭터에 인간미를 불어넣는 입체적인 연기력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더 포스트'는 네 명의 미국 대통령이 30년간 은폐해 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담긴 정부기밀문서를 세상에 폭로 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보도 실화를 그린 영화다.

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미 정부가 금지한 보도를 강행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당시 여성 사회진출이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투자유치냐, 특종보도냐의 두가지 갈등이 고조에 달하는 순간 캐서린은 저널리즘과 페미니즘의 2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법원에서 내린 펜타곤 페이퍼 보도금지를 어기는 특종보도를 하게 되면 회사가 투자유치에 실패하여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걱정하는 법률전문가와, 저널리즘의 자유와 진실을 보도하고자 8시간 동안 모든 것을 걸고 특종자료를 만들어 낸 편집부 사이에서 특종보도를 강행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 최초 여성 발행인으로서 저널리즘의 자유와 그녀만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
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

'더 포스트'는 특종보도라는 보도 과정보다 발행인 캐서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결단력 있는 여성리더이자 진정한 언론인으로 거듭난 캐서린을 부각시킨 것이다. 영화계의 여성 리더로 빛나는 메릴 스트립은 할리우드 배우답게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하여 표현함으로써 그녀의 뛰어난 연기가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소신 있는 소감으로 예술과 언론의 자유 그리고 책임감을 외치는 여성리더로 당당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행복과 성공의 공식은 단순하다. 단지 자기 자신이 될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스스로의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메릴 스트립은 말한다. 영화 속 캐서린이 언론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었듯이, 메릴 스트립은 할리우드의 길을 비추는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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