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가 좀체 숙지지 않으면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전통적 미풍양속인 '공동체 문화'마저 흔들리고 있다. 경로당, 노인정에선 도시에 다녀온 마을주민 출입을 금지시키는가 하면 외지에 사는 가족들의 방문 등 접촉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다. 생일이나 기제사 등 전통적으로 가족들이 모여야 하는 일상도 생략하거나 미루는 실정이다.
40여 가구가 어우러져 사는 경북 영양군 입암면 한 마을 경로당에선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함께 점심을 해결하고, 이런저런 소일거리를 즐기는 등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시지역을 다녀온 주민은 며칠간 출입하지 못한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혹시나 도시에서 바이러스를 옮겨오기라도 한다면 마을공동체가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파도 도시 병원을 찾지 않고 마을 보건소 진료나 약으로 버티고 있다.
안동시 길안면에 사는 한 80대 할머니는 다음달 1일이 생일이지만 자식들이 찾아오는 것을 극구 말리고 있다. 해마다 생일이면 도시에 나가 살고 있는 자식·손주들이 찾아와 함께 식사를 해오곤 했지만 올해는 생략하기로 했다.
이 할머니는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자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고향에 오지 말라고 했다. 외지인과의 접촉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 부담스다"고 했다.
안동시 풍산읍의 한 어르신은 2월 말과 3월 중순에 있는 기제사를 혼자서 조용히 지를 계획이다. 대구에 사는 자식들이 제물을 장만해 오면 함께 제사를 올리고, 제삿밥을 먹으면서 손주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기회로 삼았지만 당분간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유림단체인 (사)경북유교문화원 소속 한 유림 관계자는 "전통적 의례나 명절은 농촌에서 홀로 사는 부모와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만나는 날이지만 고령의 부모들은 혹시나 자식들과 접촉해 코로나19를 전파할 경우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라 사태가 잠잠해질때까지 홀로 지내기를 바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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