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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건물주 A씨 "코로나로 어려우니, 월세 안 받을게요"

2017년 화재 때도 월세 깎아주는 등 세입자와 동고동락
건물주 "어려움을 나누는 것은 당연"

21일 서문시장 한 상가 세입자가
21일 서문시장 한 상가 세입자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건물주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다. 김근우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대구 서문시장의 한 상가 건물주가 한 달 동안 월세를 받지 않기로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상가 주인은 2017년 서문시장 4지구 화재 때도 2년 넘게 월세를 깎아주는 등 세입자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눈 바 있다.

20일 정오쯤 대구 중구 서문시장의 한 상가 세입자들은 건물주인 A(74) 씨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A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얼마나 걱정이 많은가. 고통을 같이하는 의미에서 한 달간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A씨는 2017년 서문시장 4지구 화재로 이미 피해를 겪은 바 있는 상인들 걱정하며 "한 달 후 상태를 봐가며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세입자들에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건강을 챙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상가 건물 1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세입자는 문자를 받기 전 A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이후 서문시장에 손님이 끊긴 상황을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세입자가 "손님이 하도 없어 몇 시간 영업도 못 하고 일찍 문을 닫는다"고 대답하자, A씨는 월세를 한 달 동안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해당 상가는 2층짜리 건물로 세입자는 20여 명이다. 2017년 화재로 많은 시장 상인들이 점포를 잃었던 4지구와 인접해 있다. 1층에는 식당과 커피숍 등 상점들이 입점해 있고 2층과 1층 안쪽은 대부분 작업장과 사무실로 쓰고 있다. 과거 화재 당시 피해를 당한 상인 중 여러 명이 현재 A씨의 상가 건물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세입자들은 A씨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나타내고자 이 같은 사실을 널리 알리려 했지만, A씨는 자신의 선행이 드러나지 않길 바랐다. 주변의 다른 상가 주인들에게 괜한 부담이 갈까 염려해서다.

A씨는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힘들 때 어려움을 나누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화젯거리도 아니다"며 한사코 알려지기를 꺼렸다. 그는 "상가 건물을 17년째 소유하면서 그동안 세입자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 주변에 다른 상가들도 있으니 웬만하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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