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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특별기고] "대구경북이 서울입니다"

대구지역
대구지역 '코로나19' 감염 사태 극복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 의료진이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참 시린 봄입니다.

매일 너무나 평범해 권태롭게까지 느껴졌던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50일 가까이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불안과 고통 그리고 불편함을 감내하며 이 혼란의 시간들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시장으로서 저 역시 하루하루 늘어가는 확진자수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의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그 어떤 곳보다 대구경북지역이 겪고 있는 피해와 고통을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픕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확진자수가 6천명이 넘어가고, 신천지교에서 불거진 대규모 집단감염이 일반인들의 감염으로 이어지면서 지역주민들이 체감하는 공포와 불안은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지난 2일 대구 중구 동산동에 위치한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지난 2일 대구 중구 동산동에 위치한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당연히 백신이 없고, 병의 특성과 진행과정 및 전파력에 대해서도 일정기간 진행이 되어야 파악이 되는 고약한 질병입니다.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지역사회를 감염시킬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에 최전선에 있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초기부터 과하리만치 선제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감염병의 불확실성은 또한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먹고 자랍니다. 때문에 아무리 선제적 대응을 잘한다 해도 비밀주의와 폐쇄성 안에 숨어 있으면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신천지교가 지역사회 확산의 진원지가 된 이유, 대구경북이 가장 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비밀주의와 폐쇄성이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서울에서든 경기도에서든 그 어느 지역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대구에서 폭탄이 되어 터진 것입니다. 대구시민, 경북도민들은 그야말로 최대 피해자일 뿐입니다.

지난 1일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인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나온 병동 근무 의료진이 탈의실로 들어가던 중 장갑 낀 손을 들어보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1일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인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나온 병동 근무 의료진이 탈의실로 들어가던 중 장갑 낀 손을 들어보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경북의 고통은 서울의 고통이고 대한민국의 고통입니다. 대구경북의 슬픔은 서울의 슬픔입니다. 대구와 경북이 서울인데 함께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대구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서울시는 그동안 중증환자를 우선으로 받는 지원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원규모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특히 확진판정을 받은 뒤에도 입원대기를 해야 하고, 그러다가 병이 갑자기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더 이상 없도록 있는 힘껏 지원하겠습니다.

코로나19가 지금 우리를 할퀴고 지나가며 큰 생채기를 남기고 있지만,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대한 국민을 보유하고 있는지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호소에 열 일 제치고 대구경북으로 달려간 의료진들의 눈물겨운 사투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 답지하고 있는 성금과 물품들, 그리고 50일 가까이 최일선 현장에서 비상체제로 근무하다 쓰러지는 공무원들, 그리고 불안 속에서도 차분하게 위생수칙을 지키며 2주간의 '잠시 멈춤'을 실천하고 있는 국민들 모두 강력한 희망의 증거들입니다.

또한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확진검사가 이루어지고, 그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 선진적인 공공의료시스템은 세계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시련을 뚫고 이겨내 온 역사가 있습니다. 가깝게는 작년에 급작스럽게 닥쳤던 일본과의 무역 분쟁도 위기였고 시련이었지만,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과 실천으로 똘똘 뭉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역시 분명 위기이지만,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백신이 되어 이겨내고 있고 끝내 이길 것입니다.

대구경북민 여러분, 힘내십시오. 시련도 고통도 그리고 재도약도 서울시민들이 함께 하겠습니다.

서울특별시장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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