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합당 막장공천→총선 패배 '4년전 데자뷔'

황교안-김형오 갈등 조짐에 ‘김무성-이한구 충돌’ 기억 소환
여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표정 관리 중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대구경북(TK) 지역구 후보공천 결과를 두고 등장인물만 바뀌었을 뿐 4년 전 총선 참패의 빌미를 제공했던 공천농단의 재판(再版)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며 터무니없는 내용의 '텃밭' 공천을 밀어붙였고, 공천결과를 일부 수정하려는 당 대표와 공관위원장 사이에는 반목(反目) 조짐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 등 여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현안이 많지만 제1야당이 4년 전과 같은 공천농단을 반복한다면 여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12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결과 가운데) 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적되고 있고 내부에서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며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보면서 현재까지의 공관위의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날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공천결과에 대해 "당의 미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다음 날 황 대표가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놓는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통합당 내부에서조차 4년 전 '김무성 대표-이한구 공관위원장 갈등'이 '황교안-김형오 충돌'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공천관리위원회를 마친 뒤 4·15 총선 공천 심사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공천관리위원회를 마친 뒤 4·15 총선 공천 심사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당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차기 대통령선거 준비용 '사천(私薦)'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잠시 '칼'을 맡겼지만 최종 결정권은 놓지 않을 것"이라며 "함께 대선을 준비할 조력자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공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의 기 싸움을 넘어 마지막 순간에는 황 대표의 색깔을 드러내는 결과를 만들려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특히 황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종로구 당선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총선 후 당내 입지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한 명이라도 더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공천=당선' 분위기가 강한 TK 공천에 손을 대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명분은 취했지만 실리 계산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황 대표가 실력행사에 나서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제1야당이 도끼자루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4년 전 구태를 답습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여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활력을 찾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공천결과에 반발하는 통합당 현역 국회의원들이 가세하면서 무소속 바람을 만들어지고 있고 여당 후보들은 보수분열에 대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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