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길어지는 코로나19에 대구 택시업계 '고사 위기'

"한 달 넘도록 하루 5시간 일해도 1만원도 못 벌어"
법인택시 업체, 고정비 지출에 '줄도산' 위기
대구시 추경에서도 택시업계 지원은 '제외'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요즘 동대구역에서 손님 한 명을 태우려면 평균 2~3시간을 기다려야 됩니다. 어차피 그 시간 동안 대구시내를 돌아다녀도 손님이 없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차라리 이곳에서 기다리면 한 사람이라도 태워볼 수 있으니까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죠."

29일 오전 10시쯤 찾은 동대구역 앞 택시 승강장. 북적거리던 평소 모습을 무색게 하듯 역사 안팎은 휑했다. 50대가 넘는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지만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운전기사들은 인근 인도에 웅크려 앉은 채 연신 담배만 태웠다.

택시기사 A(64) 씨는 "새벽 5시부터 나왔는데 1만원도 못 벌었다. 이런 생활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상태"라며 "그렇다고 일을 안 하기는 답답해 다른 기사들과 이야기하면서 시간이나 때우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구 택시업계가 고사 직전이다. 경기 침체는 물론, 감염 우려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이 좀처럼 택시를 이용하려 하지 않는 탓이다. 손님이 없으니 고정비용 지출만 늘어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9일 대구 수성구의 한 법인택시 업체에서 만난 관계자는 '도산 위기'라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수익이 급격히 줄어 차량 할부금이나 보험료 등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곳 관계자는 "당장 택시기사들 월급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법인택시 업체는 소상공인에 해당하지 않아 소상공인 대출을 받지 못하는데다, 기존 대출금이 있어 신용등급이 낮은 탓에 새로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구시내 법인택시 업체는 모두 89곳. 전체 5천300여 대의 택시가 운행됐지만 한 달 사이 1천 대 남짓으로 급격히 줄었다.

법인택시 운전기사들의 시름은 더 깊다.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수입은 5만~6만원이 전부. 택시기사 B(66) 씨는 "최저임금도 못 버는 수준인데 회사 사정은 더 어렵다고 한다. 이러다 실직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택시업계에 대한 정부나 대구시의 지원은 아직 없다. 대구시의 1차 추경예산 편성에서도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금은 제외됐다. 허종정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재원이 한정돼 있어 모든 업계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어렵다"며 "2차 추경 예산에는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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