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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이유신(18세기 후반 활동), ‘가헌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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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종이에 담채, 30.2×35.5㎝, 개인 소장
종이에 담채, 30.2×35.5㎝, 개인 소장

석당(石塘) 이유신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 걸쳐 활동한 화가이다. 생애는 잘 알 수 없지만 돌을 사랑하는 벽이 있었다고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에 나온다. 어느 해 정초 자하(紫霞) 신위의 집에 세배 갔다가 책상 위의 괴석을 보자 이를 어루만지며 손에서 놓지 못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 모습을 본 신위가 하인을 시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이유신은 거듭거듭 감사하며 직접 돌을 받쳐 들고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고 한다. 그가 백수(白首) 노인이었을 때의 일이라고 하니 호의 돌 석(石)자 대로 장수한 듯하다.

제일 앞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어 화면이 양분되는 구도가 되었는데 그 뒤로 규모 있게 쌓은 축대 위에 난간을 두른 초가지붕 사랑채와 여러 칸의 주택이 있고 서쪽으로 정원이 있다. 눈 쌓인 대숲과 커다란 괴석이 담 안으로 보이고, 사랑채 처마 아래에도 좌대에 올려 진 괴석 두 점이 보인다. 이유신은 '가헌관매(可軒觀梅)'로 제목을 써 넣었는데, 가헌이라는 이 집 모습을 비슷하게 그린 것 같다.

등장인물은 모두 6명이다. 괴석과 함께 분재한 매화나무에 꽃이 피자 집 주인 가헌(可軒)이 함께 관매(觀梅) 하자고 친구들을 불렀다. 그런데 이들의 모습은 중국 옛 그림에 나오는 도인(道人)이나 고사(高士)의 차림새다. 매화가 피었다고 한겨울에 친구들을 부른 사람이나 그 꽃을 보겠다고 오밤중에 추위를 무릅쓰고 달려온 이들의 정서적 시공이 꼭 그랬을 것 같다. 이 6명 중 한 분이 썼을 화제는 이렇다.

회좌고등하(會坐孤燈下) 매화설리진(梅花雪裡眞)

오제청시성(吾儕淸是性) 수죽여비린(瘦竹與比隣) 천원(泉源)

외로운 등불아래 함께 모여 앉았는데 매화가 눈 속에 정말 피었네

우리들은 맑음이 본래 성품이니 수척한 대나무와 이웃할 만하지

물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윤필(潤筆)로 형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수수한 멋이 있고 청색, 황색, 갈색 등을 연하게 사용해 밝고 투명한 색채감각이 신선하다. 간단하고 느슨한 붓질 임에도 인물 묘사가 자연스러운데다 방안의 책상과 술병, 쌓아 놓은 책 등 세부도 빠트리지 않아 보통 실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촛대 위에는 촛불이 켜져 있다. 지금으로 치면 동호회 모임 날 인증 샷이라고 할 이런 그림을 아회도(雅會圖), 아집도(雅集圖)라고 했다. 이유신은 이 모임의 춘하추동 사계절 아회도를 다 그렸는데 '가헌관매'는 겨울 치 그림이다.

화제와 제목에 머리도장으로 찍은 한장(閑章)은 '추수일방(秋水一方)'과 '이청(怡淸)'이다. 이 그림의 주제이자, 주인공들이 이런 행위를 통해 주장하려는 삶의 지향은 인장의 뜻 그대로 '청(淸)', 곧 '맑음'이다. (* 인장 해석에 도움 주신 대구서학회 회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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