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지방신문협회 기획]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圓行)스님 대담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연장, 초하루 법회 중단하는 중대 결단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선 불교계..."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구했던 것이 불교"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 인터뷰. 이무성 객원기자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 인터뷰. 이무성 객원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해 불교계는 국가적 위기인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협력하기 위해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4월 30일에서 한 달 뒤인 5월 30일로 전격 연기했다. 근대 불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초하루 법회의 중단도 있었다. 법회 중단은 불교계로서는 큰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었지만 결행됐다. 월 1회밖에 없는 법회를 중단하는 것은 사찰 운영 과정에서 몹시 큰 어려움을 불러오는 것이지만 조계종 등 불교계 지도자들은 결단을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나라가 어려울 때 누구보다 앞장서 나라를 구했던 것이 바로 불교였다는 강한 의무감 때문이었다.

코로나19의 성공적 극복의 한가운데에 불교 지도자들과 불자들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불교계는 한마음으로 모범적 대응을 보이며 전 국민의 칭송을 받은 것이다.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매일신문을 비롯해 전국 각 권역을 대표하는 9개 신문사가 가입된 한국지방신문협회(약칭 한신협)는 30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인 조계종의 총무원장 원행(圓行) 스님과의 대담을 게재한다. 원행 스님과의 대담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진행됐다.

- 코로나19가 재앙이 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위기에서 종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함으로 공포에 떤다. 두려움, 불안함, 피로감과 상실감, 외로움 등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중요하다. 종교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함과 외로움 등을 해소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보듬어 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인드라망'의 세계라고 부른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물망과도 같다. 그렇기에 오늘 지구촌을 위협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직 인간만의 이익을 위해 뭇 생명들을 위협하고, 개인의 탐욕에 물들어 이웃을 멀리하고 공동체를 훼손해 왔던 우리 모두의 삶과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새로운 일상과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런 역할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다.

- 코로나 사태와 맞서는 과정에서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입은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누구보다 헌신적 희생을 해 주신 의료진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분들에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드리고자 한다. 의료진뿐 아니라 소방공무원 등 이번 국난 극복에 앞장서 주신 분들이 치유의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토닥토닥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청자들은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수요가 더 늘어난다면 토닥토닥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이무성 객원기자
이무성 객원기자

- 국난 극복을 위한 특별기도도 진행한다는데?

▶석가 탄신일인 30일부터 한 달간, 전국 1만3천여 사찰에서 국난 극복을 위한 특별기도를 진행한다. 30일 저녁 7시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점등식이 열린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난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황룡사 9층탑을 등으로 제작해 한 달간 전시한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는 5월 23일~24일까지 서울 종로, 우정국로 일대에서 진행하고 5월 30일에는 서울 조계사 대웅전 및 전국 사찰에서 봉축 법요식 및 국민의 안전과 국난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회향 법회를 한다. 총무원장 명의의 대국민 메시지 및 희생자 애도, 환자를 위한 기도, 불자들의 서원을 담은 발원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 조계종이 법회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었는데?

▶조계종은 선제적으로 각종 법회와 기도를 중단하고 각 사찰의 불교대학 교육 등을 연기했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연기라는 힘든 결정도 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종교의 존재 이유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 법회 중단이나 봉축법회 연기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법회를 중단하면서 대다수 사찰이 경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찰 또한 신도들의 기도와 보시 등이 사찰경제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아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 또한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수입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매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사찰의 운영에 있어 어려움이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법회를 중단한 것은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총무부장 스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주셨다. 조계종뿐만 아니라 불교계 30개 종단에서도 너무나 크게 도왔다.

- 종교집회 중단으로 신도들과의 소통이 줄어드는 등 앞으로도 포교에 어려움이 있을 듯한데?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생활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것이다. 불교 역시 비대면 종교집회 등 새로운 종교활동 영역을 준비해 나가려고 한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토론을 비롯해 우리 종단 내부에서도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종교활동 영역의 개척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

이무성 객원기자
이무성 객원기자

- 국난이 있을 때면 크고 작은 사찰에서는 식량 등을 나눠주며 백성들을 구해왔다. 때문에 '큰 사찰 인근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오래된 말도 있다. 국민의 삶을 위한 또 다른 공헌 활동을 계획 중인 것이 있나?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스님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났기에 한국불교를 호국불교라 칭하기도 한다. 그동안 조계종은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피해가 극심한 지역과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진행해 각 지역 및 기관에 지원물품과 성금을 전달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의료기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동화사 등에서는 사찰음식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다. 사찰에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봉사와 지원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사찰을 방문하시는 국민들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과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종식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코로나19로 희생되신 분들을 위한 기도 정진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향후 불교 지도자의 역할과 지향해야 할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이라 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이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성불제중(成佛濟衆)과도 같은 의미이다. 중생과 함께한다는 말로 불교 지도자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모든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는 화합의 리더십이다. 요즘 사회는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도리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나의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고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 2018년 국내 전통사찰 7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또 올해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는데?

▶우리 전통사찰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것은 종합적인 산사로서의 특징을 오랜 세월 동안 잘 보존하고 있으며, 승가 공동체의 신앙과 수행, 그리고 생활의 중심지이자 승원으로서 기능을 잘 보존, 유지해왔음을 세계가 평가해준 결과다. 사찰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 종단과 중앙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을 계획, 추진하고 있다.

한신협 공동기획= 매일신문 최경철 기자

이무성 객원기자
이무성 객원기자

◆원행 스님
▷1973년 법주사에서 혜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수지
▷1985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주지
▷2018년 10월~ 제36대 총무원장
▷(현)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
▷(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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