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노(老)인 걱정, 노(NO)인 안전사회

정규동 대구 달성소방서장

정규동 대구 달성소방서장
정규동 대구 달성소방서장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 말 역동선생 우탁(禹倬)이 지은 시조 탄로가(嘆老歌)의 일부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기능이 조금씩 약해지고 질병과 사망에 대한 감수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노화 현상은 제아무리 막으려 해도 피해갈 수 없다. 가시를 들고서라도 막고 싶은 백발, 천천히라도 오면 좋으련만, 한국 사회는 하루하루 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저출산의 영향까지 보태져 지난 2018년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14.4%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보면서 이들의 안전에도 많은 고민이 든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모두 4만102건의 화재가 발생해 285명이 사망했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의 사망 비율은 42.5%(121명)로 전체 연령 중 가장 높다. 사망 장소별로 구분해 보면 주거시설이 62%(75명), 임야 10.7%(13명), 자동차 7.4%(9명), 의료복지시설 5.8%(7명)로 나타났다.

노인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1960, 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안전은 등한시한 사회 분위기와 자녀의 독립에 따른 단독 가구의 증가, 노화로 수면 중 인지 능력 저하 등 복합적인 문제로 초기 대피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초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안전 취약 계층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앞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홀로 사는 노인의 집에 행동 감시 센서를 부착해 거주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건강 이상 여부를 관리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화재 알리미 시스템 구축'과 '인공지능 영상 화재 감지기'를 비롯한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노인 안전사고 예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 중 119 안심콜 서비스 운영의 확대는 눈여겨볼 만하다. 오는 2022년까지 1천만 가구를 목표로 확대 시행 예정인 이 서비스는 기저질환으로 병원 진료가 필요한 환자의 개인 병력과 복용 중인 약물, 보호자 연락처 등을 사전에 등록해 위기 상황에서 119로 신고 시 맞춤형 응급처치 및 병원 이송이 가능하다.

교육도 중요하다. 내 목숨과 안전을 지키는 사고 예방법의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대구 소방은 지난해 대구시 노인인구의 1.7%(6천220명)에 그쳤던 생활안전교육을 올해 2.4%(9천여 명)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전담 강사를 지정하고 노인용 표준 교재를 개발해 노인복지시설과 경로당 등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동안전체험차량을 통해 지진·지하철·화재 등 다양한 위험 상황을 간접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안전체험(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 이동체험차량)은 대구광역시 통합예약시스템에서 신청할 수 있고, 방문 교육은 가까운 소방서로 문의하면 된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다 해도 배울 수 있을 만큼은 충분히 젊다"는 아이스 킬로스의 말처럼 노년 생활을 위협하는 생활안전사고는 학습을 통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노인 걱정 없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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