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남북문제를 국제사회가 합의한 틀에서 벗어나 '우리 방식'으로 풀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회담 2주년을 맞은 27일 "판문점 선언이 실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와 미국 등 개별 국가의 독자적 대북 제재가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소리다.
어이없는 본말 전도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결의·실행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이 실천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남북 간 어떤 합의도 국제사회가 정한 대북 제재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중단없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의 실천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가 아니라 북한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말은 매우 위험하다. 국제사회가 부당하게 남북 교류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밖에 없다. 분명히 하자. '제약'이 아니라 '제재'이고, 그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며, 우리는 '제재'를 준수해야 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누구보다 제재를 앞장서 실천해야 할 북핵 문제의 당사자다.
문 대통령의 말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남 전략 구호인 '우리 민족끼리'와 다를 바 없는 표현이다. 북한의 대남 전략에 스스로 말려들겠다는 것인가. 주인은 주인다워야 한다. 북핵에 운명을 저당 잡히지 않아야 주인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이 "지금으로선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라고 했다. 틀렸다. 북핵의 폐기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러니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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