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UFO

미국 국방부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제공한 동영상에서 캡처한
미국 국방부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제공한 동영상에서 캡처한 '미확인비행물체'(UFO) 사진. 연합뉴스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1976년 10월 14일 오후 6시쯤 청와대 상공에서는 반원형 대열을 갖춘 채 일정 속도로 남하하는 10여 개의 불빛이 포착됐다. 당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DJ 이수만은 청취자 제보를 받고 이를 전국에 알렸다. 괴비행체는 북한 전투기 편대로 의심받았다. 수도방위사령부 방공여단 대공포가 괴비행체를 향해 불을 뿜었다. 그러나 집중 포격을 받고도 괴비행체는 격추되지 않았고 회피 움직임조차 없었다. 괴비행체는 1, 2시간가량 서울 상공에 떠있다가 북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유유히 사라졌다.

대공포 사격은 엉뚱한 피해를 낳았다. 발사된 포탄이 낙하하면서 시민 1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친 것이다. 다음 날 정부는 노스웨스트 항공의 보잉707 화물 전세기 한 대가 청와대 상공 비행금지구역으로 들어와서 위협 사격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의 미스터리한 현상을 납득시키기엔 거리가 한참 먼 설명이었다. UFO 목격담 가운데 98~99%는 착각 또는 오해, 조작의 산물이며 과학 지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는 극소수다. '청와대 상공 UFO 사건'은 그런 점에서 많은 논란을 빚은 사례다.

미 해군이 2004년과 2015년에 촬영해 민간에 퍼진 것으로 알려진 UFO 동영상 3개가 조작이 아니라 미 해군의 실제 촬영물이라고 최근 미국 국방부가 공식 인정해 화제다. UFO는 규명되지 않은 비행체를 일컫는 용어일 뿐 외계인 비행체와 동의어가 아니다. 미 국방부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미 국방부는 "유포된 영상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풀기 위해 동영상을 공개한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의문은 꼬리를 문다. 영화 '올드보이'에서는 유지태가 최민식에게 "여기서 중요한 건 왜 15년 동안 가둬둔 것이 아니라 왜 풀어줬냐죠"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미 국방부가 뜬금없이 친절을 베푸는 진짜 이유는 뭘까. 혹시 일종의 간보기는 아닐까. 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이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고 했다. UFO도 그렇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렇고 인류는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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