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쓰레기 상습 투기지역 담벼락에 매화꽃 그렸더니…

불로고분군 인근 악취 골머리…화분 놓고 매화 꽃그림
미관 개선되니 사진 찍고 가는 방문객들도 생겨
"포토존이 돼 아무도 쓰레기 버리지 않는 날 오길"

수년 간 쓰레기 상습 투기지역이던 대구 동구 불로고분군 인근 담벼락에 마을주민들이 화분을 두고 벽화를 그리는 등 환경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 동구청 제공
수년 간 쓰레기 상습 투기지역이던 대구 동구 불로고분군 인근 담벼락에 마을주민들이 화분을 두고 벽화를 그리는 등 환경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 동구청 제공

쓰레기 상습 투기지역이었던 대구 동구 불로봉무동의 한 주택가 담벼락이 아름다운 매화꽃 벽화로 변신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동구 불로고분군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7년 동안 쓰레기 더미가 끊이지 않아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던 곳이었다. 하룻밤 자고 나면 7m 정도 되는 담벼락 밑에 쓰레기가 쌓였었다. 각종 생활 폐기물은 물론이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져 마을 미관을 해쳤고, 심한 악취까지 풍겼다.

이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동구청과 불로봉무동 행정복지센터에 계속 민원을 넣었다. 구청은 경고성 현수막을 걸고 단속을 강화했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뿐이었다.

보다 못한 통장 이난희(53) 씨가 '주민들과 함께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13년간 이곳에서 살고 있는 그는 지난달 말쯤 마음이 맞는 인근 주민 3명과 담벼락의 쓰레기를 치우고 그 자리에 화분 20여 개를 가져다 뒀다. 화분을 사는 데 들어간 돈은 이 씨가 지난달 수령한 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으로 충당했다.

이 씨는 "이전부터 예쁜 꽃을 갖다 놓으면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마침 긴급생계자금으로 돈이 생겨 이곳 환경개선에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부인이 마을 환경개선에 열심인 모습을 본 남편 박주경(59) 씨도 자신의 재능을 살려 거들고 나섰다. 한국화 화가인 박 씨는 텅 빈 담벼락에 꽃이 만개한 매화나무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이 씨 부부와 마을 주민들이 바꿔놓은 이곳엔 지금은 하루에 쓰레기 두어 개가 발견되는 게 전부다.

쓰레기 더미가 사라지고 화사한 분위기가 감도니 동네 학생들이나 불로고분군을 보러온 방문객들이 화분과 벚꽃 벽화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에 주민들은 아예 이 담벼락을 포토존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 씨는 "이곳을 포토존으로 만들고 싶어 의자와 경계석 등을 행정복지센터에 요청했다"며 "상상도 못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아무도 여기에 쓰레기를 버릴 생각을 안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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