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국의 코로나 발원 부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 인사들이 지난 4일 오전 중난하이(中南海) 정문 앞에서 3분간 묵념을 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 인사들이 지난 4일 오전 중난하이(中南海) 정문 앞에서 3분간 묵념을 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6·25전쟁에 개입한 중공(中共)은 1952년 2월 미국이 세균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1월 말부터 북한과 만주 일대에 세균에 감염된 파리, 모기, 개미, 빈대, 이, 벼룩, 잠자리, 지네 등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일방적 주장이었으나 곧바로 세계 전역에서 대서특필되면서 사실처럼 굳어졌다.

그렇게 된 데는 '중국의 과학과 문명'의 저자로 친중국 지식인이었던 영국의 생화학자 조지프 니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니덤은 당시 국제과학위원회 조사단장으로 만주를 현지 조사한 뒤 중국의 주장을 확인하는 이른바 '니덤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대부분 중국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증거와 생포된 미군 조종사의 강요받은 것일 수도 있는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무엇보다 중공이 발간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에서 많은 의심을 받았다. 현장에서 찾은 증거라는 것도 만주에서 병에 걸려 죽은 들쥐 한 마리가 고작이었다.('해방의 비극, 중국 혁명의 역사: 1945~1957' 프랑크 디쾨터) 하지만 니덤의 세계적 명성은 그런 의심을 덮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소련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소련 정보기관은 스탈린의 오른팔인 라브렌티 베리야에게 "가짜 전염병이 만들어졌고, 시신을 매장하고 그 명단을 발표한 것 역시 조작됐다"고 보고했다. 이어 소련 내각 최고회의 간부들은 1953년 5월 2일 이런 비밀 결의안을 채택했다. "소련 정부와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잘못 알았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세균전 무기를 사용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다. 미군을 비난하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 책임론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발원지로 중국 우한연구소를 지목하며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하자 중국은 "냉전시대 화석 같은 거짓말"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는 우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주장했었다. 미국이 세균전을 했다는 6·25 때의 거짓 선전을 생각나게 한다.

중국은 코로나 발원에 관한 독립적인 국제조사도 단호히 반대한다. 우한이 코로나 발원지가 아님이 확실하다면 국제조사는 중국이 '혐의'를 벗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것을 보니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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