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기침하는데 심장병이라고요?

루(10살, 푸들)가 기침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감기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검사를 다시 했더니 심장병이 의심된다며 본원으로 의뢰된 경우였다. 보호자는 루가 산책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편이라며 심장질환이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상담 중에도 애꿎은 검사비와 개만 고생시킬까 걱정이었다.

심장의 기능 평가는 X-ray(엑스레이)와 심장초음파 검사가 주로 활용된다. 체형이 다양한 개와 고양이는 X-ray 상의 심장의 크기를 흉추뼈의 갯수로 환산하여 평가한다. 심장의 긴축과 잛은 축의 길이를 흉추뼈의 갯수로 환산한 수치를 VHS라 부른다. 개의 정상적인 VHS는 8.5~10.5 이다. 루의 경우는 VHS가 13.2로 심비대가 심각한 경우였다. 다행히 루는 흉곽이 넓고 기관지협착이 없어서 심비대가 심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기침 증상이 덜한 편이었다.

루의 X-ray(엑스레이) 사진. VHS는 심장의 긴 축과 짧은 축의 길이를는 흉추뼈의 갯수로 환산한 수치이다. 개의 정상적인 VHS는 8.5~10.5 이다 . 루의 경우 VHS가 13.2로 심비대가 심한 편이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루의 X-ray(엑스레이) 사진. VHS는 심장의 긴 축과 짧은 축의 길이를는 흉추뼈의 갯수로 환산한 수치이다. 개의 정상적인 VHS는 8.5~10.5 이다 . 루의 경우 VHS가 13.2로 심비대가 심한 편이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심장초음파는 심장 질환을 구분하고 기능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다. 심장 내 심방과 심실, 대동맥과 폐동맥의 직경을 비교하면 어떠한 부위에 질병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혈액의 흐름을 영상으로 평가하여 판막의 기능 이상을 진단하기도 하며, 때로는 종양이나 선천성 질병을 진단하기도 한다.

루는 좌측 심장에 있는 이첨판이 두꺼워져 변형이 심했으며 그로인해 혈액의 역류가 심한 상태였다. 우측 심장에 있는 삼천판도 기능부전으로 혈액이 역류되고 있었다. 대동맥 직경과 좌심실의 직경을 비교한 LA/AO수치는 2.75로 평가됐다.

루의 심장초음파 사진. (윗그림) 이첨판이 두꺼워져 변형된 형태를 관찰할 수 있으며, 우측의 붉은 부분은 역류된 혈액의 양을 의미한다. (아랫그림) 삼첨판의 기능부전으로 인한 혈액역류가 우측 그래프의 붉은부분으로 표시되고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루의 심장초음파 사진. (윗그림) 이첨판이 두꺼워져 변형된 형태를 관찰할 수 있으며, 우측의 붉은 부분은 역류된 혈액의 양을 의미한다. (아랫그림) 삼첨판의 기능부전으로 인한 혈액역류가 우측 그래프의 붉은부분으로 표시되고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개와 고양이의 심장 내 심방과 심실, 판막의 해부학적인 구조와 혈액의 진행 방향.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개와 고양이의 심장 내 심방과 심실, 판막의 해부학적인 구조와 혈액의 진행 방향.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루의 심장초음파 사진. 대동맥과 좌심실의 크기를 비교하는 LA/AO(2.75) 평가와 대동맥과 폐동맥의 직경을 비교하는 MPO/AO(1.0) 평가를 통해 적절한 약물처방을 선택할 수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루의 심장초음파 사진. 대동맥과 좌심실의 크기를 비교하는 LA/AO(2.75) 평가와 대동맥과 폐동맥의 직경을 비교하는 MPO/AO(1.0) 평가를 통해 적절한 약물처방을 선택할 수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반려동물의 심장초음파는 사람에 비해 검사하기가 훨씬 어렵다. 흉곽 안에 위치한 심장의 특성 상 갈비뼈 사이로 초음파를 밀착시켜야 심장을 관찰할 수 있다. 동물을 두 명의 간호사가 검사용 베드에 눕혀 30분 이상 달래가며 검사가 이루어진다. 심장초음파 전문의는 동물이 뒤척이거나 호흡하는 틈을 노려 심장의 운동 영상을 확보하고 평가한다. 체형이 작은 만큼 심장의 크기도 성인의 1/20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우 정밀한 검진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루의 검사 결과들을 자세히 듣고 나서야 보호자는 루의 심장질환을 인정했다. 루가 복용하는 심장약은 기침증상을 줄여주고, 폐부종과 흉복수(가슴과 배에 물이 차는 것)를 예방하기 위해 꾸준히 먹으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루 처럼 심장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의 식이 관리와 관리법을 소개한다. 동물이 과체중이라면 먼저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심장의 혈액 방출력이 약해진 만큼 체형이 가벼워야 심장의 부담이 준다. 먼저 먹는량을 감량하여 체중을 줄이자. 체중을 10% 정도 줄인 후 가벼운 산책부터 운동량을 증가시켜 나갈 것을 권한다. 심장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무리한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은 매우 위험하다.

고체온은 심장에 해롭다. 더위 노출로 인한 체열 상승, 가둬두거나 묶어두는 개의 햇빛 노출, 실내 난방 등으로 반려견의 체온상승은 과호흡과 혈압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 개와 고양이는 체온이 상승하면 호흡을 통해 열을 발산시키려 하는데 이러한 과호흡이 오래되면 고체온증이 유발되면서 탈수와 혈압이 급상승해져 심장에 매우 위험하다. 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의 환기가 잘되는 환경이 유리하다.

수분은 충분히 공급한다. 탈수는 혈액의 점도를 높여 말초혈액 순환을 방해하며 혈압이 상승되어 심장에 부담을 준다. 넉넉하게 수분을 섭취하여 소변색이 맑아지는 것이 유리하다. 반려동물이 스스로 물을 잘먹지 않는 경우라면 사료를 물에 불려 먹일 수도 있다. 야채(브로컬리, 토마토 등) 를 잘 먹는 반려견이라면 익힌야채를 이용한 간식이나 스프를 제공할 수 있다. 과일은 당도가 높아 권장하지 않는다.

가벼운 산책이나 놀이 운동은 권장한다. 산책 자체가 힘들정도로 심부전이 악화된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당히 심장에 부담주는 정도의 가벼운 산책이나 놀이운동은 심장에 이롭다. 심장도 근육이기 때문이다. 근육은 사용이 줄면 위축되며, 일정 정도 이상의 부담을 가하는 운동을 할 때 신진대사와 면역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물이 행복해 하는 정도의 운동량이 적합하다.

내원하신 보호자분들에게 동물이 언제부터 아팠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최근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검사를 해보면 의외로 경과가 오래된 질병들이 많다. 검진 결과를 들으신 후에야 눈여겨 보지 못했던 증상들이 이전부터 관찰되어 왔음을 인정한다. 기침으로 내원한 루가 심장질환으로 밝혀지듯이 동물의 질병은 보이는 증상 만이 다가 아니다. 사람의 40대에 해당되는 6세 이후의 개와 고양이에게 건강 검진을 권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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