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착취물을 공유한 텔레그램 대화방, 이른바 'n번방'을 처음 만든 '갓갓'의 존재는 경북지역 성폭력상담소에서 일부 피해 청소년이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지역 성폭력상담소에서 일부 피해 청소년이 상담을 받는 과정 속에서 성착취 동영상이 유포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성폭력상담소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n번방'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11월 28일 미성년자를 협박해 받은 노출 사진·영상으로 음란동영상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A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음란물 제작에 가담하거나 구매한 혐의로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음란물 제작자들은 13~18세 미성년자들이 SNS에 무심코 올린 신체노출 사진을 빌미로 "부모에게 알리겠다"거나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노출 수위가 더 높은 사진·동영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인물인 갓갓은 지난 2019년 2월 텔레그램에서 단체 대화방 1~8번방, 일명 'n번방'을 만든 뒤, 각 방마다 피해자 3~4명씩, 모두 20~30명의 성 착취 피해 여성에게서 받아낸 불법 촬영 동영상을 유포했다. 이용자 수는 방 하나당 300~700명으로 알려졌다.
갓갓은 이렇게 만든 n번방을 2019년 2~3월 무렵 트위터 등 SNS에서 약 5만 원 이하 금액으로 판매했다. 이렇게 구매한 n번방 영상을 자신이 산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이 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n번방 자료 일부가 외부에 유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경찰청은 이후 기존 수사전담팀인 사이버수사대에 지능범죄수사대, 광역수사대, 여성청소년수사팀을 추가로 투입한 특별 수사팀을 꾸려 'n번방' 관련자를 계속 추적해 왔으며, 지난 3월 23일 n번방을 통해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3천3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B(34) 씨를 구속했다. 또 갓갓이 운영하던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해오던 닉네임 '와치맨' C(38) 씨도 지난해 말 경기남부경찰청에 붙잡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때까지 n번방 최초 운영자인 갓갓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갓갓은 지난해 7월 잠적했다가 올해 1월 박사방에 들어와 "난 절대 안 잡힌다"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갓갓의 수사 상황을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했다. 갓갓이 상당한 지능범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라 자칫 수사망을 피해 증거 인멸에 나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박사' 조주빈의 검거가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수사가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자칫 추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워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갓갓에 대한) 의미 있는 수사 단서들을 상당히 확보했다"며 "단서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용의자 특징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자료를 선별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갓갓은 붙잡혔고, 현재 경북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다. 나머지 내용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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