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이 위기에 놓였다. 감염병 쇼크, 경제 쇼크, 정치적 쇼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삶은 피폐하고 생산과 고용은 곤두박질하고 있다. 여당 당선인 한 명도 없는 21대 총선 결과는 앞날을 불안하게 한다. TK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21대 총선 결과는 'TK 차별' 우려를 낳고 있다. 기우(杞憂)라면 다행이다. TK 지자체들은 내년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통합신공항 건설 등 주요 현안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총선이 끝난 뒤 부산·울산·경남 여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부울경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기업인들의 시름도 깊다. "'대구 주소'를 들고서는 다른 지역 공사를 따내기 힘들다. 계약 직전에 수주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총선 후 분위기가 더 좋지 않다. 원래 건설업이 정권 바람을 많이 타지만, 지금은 심하다." 건설업을 하는 지인의 푸념이다.
시도민들은 일상에서 차별과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최근 발생한 두 지역의 산불을 보자. 정부와 서울 소재 언론은 경북 안동의 산불보다 피해가 적은 강원 고성 산불에 더 관심을 쏟았다. 4월 24일 발생한 안동 산불은 산림 800㏊를 태우고 40여 시간 만에 진화됐다. 5월 1일 고성 산불은 발생 12시간 후 불길이 잡혔고, 산림 피해는 안동의 10%인 85㏊였다. 이틀 동안 사력을 다해 안동 산불 진화에 나섰던 공무원들은 "힘이 빠진다"고 했다.

TK는 코로나 확진자 폭증 속에서 악전고투했다. 'K-방역'의 시발점은 대구다. 병실이 없어 대기 중인 환자들이 죽어갈 때 대구시와 의료진이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 생겨난 것이 '생활치료센터'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처음 시행한 곳도 지역 병원이다.
그러나 '코로나 모범 방역국'의 찬사는 '처절한 전쟁터인 TK'가 아니라 정부의 몫이 됐다. SNS에는 정부에 도와달라고 한 권영진 대구시장의 읍소를 '징징거린다'고 조롱하는 글들이 많았다. 대구 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당시 대구는 확진자 폭증으로 인적·물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대구 시민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지적은 적절했다. 그는 4월 28일 페이스북에 "(코로나) 사태 수습에서 가장 수고한 것도 통합당 소속 지자체장이었다. 그런데 정작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것은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이라면서 "누구는 신천지 본부로 쳐들어가는 활극을 벌여 일약 코로나 극복의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고 했다.
총선 결과를 놓고 TK를 모욕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4월 16일 김정란 시인은 페이스북에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 거느리고. 귀하들의 주인 나라 일본, 다카키 마사오의 조국 일본이 팔 벌려 환영할 것"이란 글을 올렸다. 지지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지역을 혐오·차별하는 언행은 반(反)민주적이다. TK는 미래통합당 지지자들만 사는 곳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구 28.5%·경북 25%의 득표율(지역구)을 기록했다. 특히 대구의 민주당 득표율(지역구)은 ▷19대 총선 20.9% ▷20대 24.4%에 이어 상승세를 보였다.
'진보는 옳고, 보수는 그르다. 따라서 보수의 심장인 TK는 옳지 않다'는 인식은 낡은 이념과 지역주의 망령에서 비롯된 것이다. TK는 '진보-보수 프레임'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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