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 태원전장 서한종 대표이사

"차부품 업계 고사 직전…정부 지원도 소용 없어"
해외 수출 시장 셧다운 코 앞…생산량 확 줄어 매출 반토막
"인건·운영비도 갈수록 부담, 차 생태계 도미노 위기 우려"

서한종 (주)태원전장 대표이사가 시동모터용 솔레노이드 스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구민수 기자
서한종 (주)태원전장 대표이사가 시동모터용 솔레노이드 스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구민수 기자

대구지역 제조업의 근간으로 꼽히는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고사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대구경북 34개 업체가 속한 '보그워너'(자동자 부품 1차 협력업체) 협의회 소속으로 지역 2차 협력사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보이던 태원전장 서한종 대표이사를 만나 업계 사정을 들어봤다.

지난 14일 오전 방문한 대구 달서구 장기동 태원전장 사무실과 공장은 불이 꺼진 채 1, 2명의 직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 대표는 "코로나19로 전체 50여 명의 직원이 일주일에 3일만 근무하고 나머지는 회사에 나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2001년 설립된 자동차 내연기관용 전기장치(시동모터용 솔레노이드 스위치) 제조업체인 태원전장은 지난해 기준 매출 180억원을 기록한 지역의 강소기업이다. 총 생산의 50%를 멕시코, 브라질, 헝가리, 미국, 러시아, 중국 우한으로 수출하는 등 남다른 기술력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 회사의 전문 경영인인 서 대표는 1980년대 대학을 졸업하고 자동자 업계에 뛰어든 후 공장장이던 IMF 시절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회사 매출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월 30만개를 생산하던 제품을 10만개도 채 생산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북미와 남미 자동차 시장이 셧다운되면서 생산량은 앞으로도 더 줄여나가야할 상황이다.

서 대표는 "아주 영세한 업체거나 폐업을 해버리면 정부 지원에서 유리한데 우리처럼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공장 가동을 지속하고 있다면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책이 거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태원정장도 4월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인건비를 포함해 각종 비용을 줄이고는 있지만 비용 줄이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사정은 다른 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대구는 중소기업 비율이 높아 위기감이 높다.

대구지역 10인 이상 제조업체 3천316개(2018년 기준) 가운데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99.2%를 차지한다. 게다가 1·2·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자동자 부품 업계의 특성상 위기는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태원전장은 지난해 브라질 GM 공장에 60만개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 개발도 끝냈지만 코로나19로 관련 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서 대표는 "해외 수출이 활성화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다른 사업 기회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던 차에 악재를 만났다"며 "이런 상황이 2~3개월 더 지속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하루 빨리 정상화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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