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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일터는 안전한가요] <2>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제조현장 사고

매일신문·TBN대구교통방송 공동기획
무거운 금속과 기계가 작동하는 제조현장 끼임 사망사고 많은 편
규모 작고 고령자 사망 비중 높아…근속연수 긴 근로자도 사고 피할 수 없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대구광역본부 특별단속반이 8일 경북 경산의 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를 찾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점검을 벌이고 있다. 서광호 기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대구광역본부 특별단속반이 8일 경북 경산의 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를 찾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점검을 벌이고 있다. 서광호 기자

제조업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건설업 다음으로 많다. 대구경북에서만 해마다 30명이 넘는 사람이 제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들은 주로 기계·설비에 끼여 사망한다. 또 장비와 충돌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례도 있다. 육중한 기계들이 작동하는 제조업 현장에선 사소한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작은 실천이 안전을 지켜준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특별단속반과 함께 제조업체를 찾아 현장의 문제를 살펴봤다.

◆기계들이 작동하는 위험한 생산 현장

지난 8일 오후 1시쯤 경북 경산 진량읍의 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기계 작동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곳은 차체에 들어가는 소형 부품들을 만들어 지역의 현대·기아차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업체다. 직원은 모두 28명으로 중소 규모의 사업장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직원들은 반으로 나눠 격일로 근무했다.

이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의 특별단속반(패트롤)은 작업 시간에 맞춰 안전점검에 나섰다. 2명으로 구성된 특별단속반은 작업장 안을 꼼꼼히 살폈다. 무거운 금속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곳이어서 자칫 사고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펜스와 안전규칙 준수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특히 기계 소음이 큰 탓에 직원 간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할 사고에 대해서도 따졌다.

점검을 마친 특별단속반은 품질관리부장에게 ▷크레인과 프레스 취급 때 끼임과 부딪힘 예방 필요 ▷소음으로 인한 작업 중 방심과 불안정 주의 ▷자동 로봇 이중안전장치 주기적 점검 ▷지게차 통행 길과 보행로의 구분 ▷작업장 내 사다리 추락 예방 등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해당 업체의 품질관리부장은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고 있고, 협력업체에서도 수시로 방문해 현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며 "안전 업무를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민간업체가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인 점검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단속반의 지적대로 시설들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제조업 산재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모두 99명이다. 이 중 건설업이 45명(45.5%)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제조업 32명(32.3%)이었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지역의 제조업 산재 사망자는 2017년(24명)을 제외하곤 모두 30명을 웃돌았다.

특히 끼임 사고는 해마다 줄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대구경북 제조업의 끼임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14명이었다. 2015년 19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 8명으로 줄었다가 이후 10명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나머지는 추락과 충돌, 질식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2014~2018년 5년간의 전국 산업재해 사망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규모가 작을수록 사망률이 높았다.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사망자 수는 전체 평균 1.1명이었다. 이와 비교해 5인 미만은 2.1명이었고, 5~9인은 1.3명, 10~29인은 1.2명, 100~299인은 0.8명 등으로 규모가 클수록 사망자가 적었다.

근속연수별 사망자를 보면 제조업은 10년 이상이 2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6개월 미만이 21.1%로 뒤를 이었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숙한 상황에서 사망사고를 많이 당하지만,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도 사고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이는 고령일수록 사망자 비중이 높았다. 60세 이상이 24.0%로 가장 많았고, 이어 55~59세가 16.8%, 50~54세가 16.7% 등이었다. 40세 미만의 경우 10% 이하로 사망자 비중이 떨어졌다. 이는 제조업 현장의 고령화와 연계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고령의 숙련 근로자에게도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전보건공단은 제조현장의 기계설비 끼임 사망사고를 예방하고자 '고위험 개선 사업' 비용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근로자 50인 미만의 사업장이고, 1곳당 최대 2천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종류는 전기 스위치와 게이트 밸브, 케이블 등의 잠금장치다.

제조현장 특별단속반인 김우태 안전보건공단 차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격일 근로 등 일정하지 않은 형태의 작업장 환경으로 인해 자칫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작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특히 다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주기적인 안전 시설 보완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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