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통합당 빼고 국회 개원하려는 거대 여당의 오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동의가 없더라도 5일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 선출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내건 명분은 국회의원 임기 개시 후 7일로 돼 있는 국회법 개원 규정 준수다. 말이야 번듯하지만 오만과 독선이 묻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야당과의 협치 따위는 내팽개치고 의회를 쥐락펴락하겠다는 폭주의 전주곡이다.

통합당은 원 구성에 합의가 돼야 개원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에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정작, 임기 개시 내 7일 후라는 조항은 강제성 없는 훈시 규정에 불과하다. 실제로 역대 국회가 법정 개원일에 맞춰서 문을 연 적은 거의 없으며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합의를 도출한 뒤 개원한 것이 그간의 묵시적 관례였다.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장을 바꿔 국회법 준수를 운운하는 것은 양두구육(羊頭狗肉) 격이나 마찬가지다. 여당이 국회 개원일 규정을 명분 삼아 야당을 압박하면서까지 노리고 있는 것은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 자리 아닌가. 논란 소지가 많은 다수 법안과 선심성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견제 장치를 무력화시키고, 20년 장기 집권 프로젝트 시동을 걸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통합당 동의 없이 국회를 여는 등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우리 당의 협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지만, 야당의 반발은 왠지 무기력해 보인다. 의석 분포로 봤을 때 여당의 개원을 막을 뾰족한 수도 없고 장외 투쟁 카드를 선택하기도 어렵다. 그렇다 보니 야당의 이런 처지를 이용해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만일 21대 국회가 파행으로 시작한다면 동물국회라고까지 비난받은 20대 국회와 다를 바가 없다. 야당을 배제한 상태에서의 국회 개원은 절대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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