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전장서 흰쌀밥 건네던 황중사님 그립습니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1951년 1월 경기도 임진강 인근 벙커 앞에서 분대장인 황중사(오른쪽)와 6·25 참전 소년병이었던 윤한수씨가 함께 찍은 사진. 윤한수 씨 제공.
1951년 1월 경기도 임진강 인근 벙커 앞에서 분대장인 황중사(오른쪽)와 6·25 참전 소년병이었던 윤한수씨가 함께 찍은 사진. 윤한수 씨 제공.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흰쌀밥을 건네주던 황중사님 그립습니다.

1950년 8월, 한반도에 6·25전쟁이 발생한지 2달만인 16살 중학교 시절 소년병으로 입대했다. 입대 후 간단한 총기 사용법만 배운 뒤 전쟁에 참여했는데, 당시 등대처럼 의지했던 분이 있다. 그분은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이름은 정확히 알지못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황중사라는 이름아닌 호칭으로만 나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70년 세월에 그의 본명은 잊혀졌지만 그의 따스했던 말과 카리스마 넘쳤던 눈빛 등은 아직도 생생하다. 호랑이 같던 아버지보다 더 무서운 그였지만 항상 의지하고 따랐다.

황중사님과 함께 전장을 누빈 2년(50년~52년)이 내 인생에 가장 중요했던 시기였다. 그에게 벙커에서 숨는법, 총을 쏘는 법, 이동하는 방법 등 각종 전략을 전수받아 총 4년여 간의 복무를 마치고 54년 1월 무사히 전역을 했기 때문이다. 군생활 처음 만난 그에게 잘 배워 지금도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체력을 다지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섭취하던 전투식량도 양보해주던, 단순히 고맙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분이셨다. 사실 전쟁 상황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병력들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 당시 한국 사회는 워낙 먹고 살기 힘든데다, 전쟁까지 겹치면서 서로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일은 상당히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황중사님은 총탄이 빗발치고 포탄이 날아드는 전쟁통에서 흰쌀밥이 들어간 특식이 나올때면 "먼저 밥을 먹었으니 신경쓰지말고 이거부터 먹어라"며 어린 소년병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따뜻한 사람이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생사를 넘나드는 기로에서도 황중사님은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소년병들을 위로하며 부모님에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었습니다.

1951년 1월 임진강 인근의 한 가옥 앞에서 6·25 참전 소년병이었던 윤한수(오른쪽 위) 씨와 함께 전장을 누비던 동료 장병들이 찍은 사진. 윤한수 씨 제공.
1951년 1월 임진강 인근의 한 가옥 앞에서 6·25 참전 소년병이었던 윤한수(오른쪽 위) 씨와 함께 전장을 누비던 동료 장병들이 찍은 사진. 윤한수 씨 제공.

이후에도 황중사님의 도움이 컸다. 1사단 포병 사령부가 창설될 당시 작전선임하사로 갈 수 있도록 황중사님이 큰 도움을 줬다. 그런 그가 있었기에 집으로 살아 돌아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름도 모르고 연도 닿지 않지만 그와 함께 했던 시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살아 계신지 하늘나라에 계신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황중사님을 만나, 두 손을 꼭 붙잡고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올해로 6·25전쟁이 발생한지 70년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어린 소년병도 이제 백발이 되었지만 그 시절을 잊지 못합니다.황중사님 정말 감사하고 그립습니다.

윤한수 6·25 참전 소년병 올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비판이 청와대와의 충돌로 이어지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유 작가는 대통령...
대구시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청년들에게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 실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21억원을 들여 '사회연...
형법 제328조 1항의 친족 간 재산범죄 형 면제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71년 만에 효력을 잃고, 올해 추석에는 친고죄로 일원화된 새...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생포가 쉽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의 입국을..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