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 근심지목(根深之木)

임종대 (사)효창원 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임종대 (사)효창원 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근심지목'은 뿌리를 깊이 뻗은 나무라는 뜻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지반이 안정되어 있다고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전한다.

용비어천가는 1447년(세종29) 2월에 완성된 10권 5책 125장의 시가(詩歌)다. 1장과 2장은 서가(序歌), 3장~109장은 본가(本歌), 110장~125장은 결가(結歌)로 구성되어있다. 한글 창제 후 맨 처음 조선창업(朝鮮創業)을 송축(頌祝)한 악가(樂歌)이다. 매장마다 앞에 한문(漢文)으로 시가(詩歌) 전체를 쓰고 뒤에 한글로 번역하였다.

제2장 원문은 '근심지목 풍역불올 유작기화 유분기실(根深之木 風亦不扤 有灼期華 有蕡其實) 즉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않으므로 꽃도 좋고 열매도 충실히 맺는다.' 은유법을 구사해 조선건국 유래를 유연하게 묘사했다. 조선 창업이 오얏인 자두나무 이씨로 그 뿌리는 목조(穆祖)·익조(翼祖)·도조(度祖)·환조(桓祖)·태조(太祖)·태종(太宗고) 등이다. 역사적인 근간(根幹)을 새로 창제된 훈민정음으로 실은 데 의의가 있다. 뿌리가 깊고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어야 왕조가 번창하고 굳건히 뻗어나갈 수 있다.

대구(對句)는 '원원지수 한역불갈 유사위천 우해필달(源遠之水 旱亦不竭 流斯爲川 于海必達)로 샘이 깊은 물은 가물어도 그치지 않으므로 냇물을 이루어 끝내 바다에 이른다.' 여기서 '원원지수'는 삼국 이전의 단군까지의 상고사와 삼국을 통일시킨 신라 56대 927년의 역사, 고려 34대 471년의 역사가 깊은 샘물이다. 용비어천가를 읽다 보면 예제(例題)들이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닌 중국(中國) 역사의 것이라는 데 마음이 편치 않다.

'근심지목'에 민족의 신성수(神聖樹)라고 하는 소나무는 뿌리가 깊어 사시사철 푸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 다정한 친구 같은 소나무는 집이라는 보금자리를 주고, 집은 마음의 중심지이고 우주의 중심이다. 뿐만 아니라 식품으로 송기떡, 약재로는 송진이 있으며 우리 속담에 '소나무 아래서 나서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고 하였다.

소나무의 솔씨는 경상북도 안동 땅 제비원이 본향이다. 하늘에 있던 성주(聖主)가 강남 제비를 따라 제비원에 솔씨를 뿌린 것이 발원이다. 그래서 제비원의 성주 목을 벨 때는 산신제를 지내고 베어낸다. 그중에 춘양목(春陽木)은 속이 붉고 단단하여 대들보 감으로 귀목이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찾아 헤맨다.

소나무는 국민 나무로 애국가에서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고 부르듯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함께 해왔다. 그런 소나무의 꿋꿋한 삶을 지켜본 선인들은 소나무를 초목의 군자(君子)라고 부르고, 송백(松柏)의 굳은 절개를 노래했다. 소나무로 초가삼간(방 1칸, 마루 1칸, 부엌 1칸)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라고 노래하며 살아왔다.

'근심지목'은 우리역사의 뿌리이고 '원원지수'의 샘물은 민족의 염원과 이상을 향해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온 배달민족의 삶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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