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은 촉나라를 공격하려 했다. 혜왕은 옥으로 소(牛)를 조각한 뒤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 넣고 '촉왕에게 우호의 예물로 보낼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에 혹한 촉왕은 하루라도 빨리 받고 싶어 백성을 동원해 옥으로 만든 소를 맞이할 길까지 새로 닦았다. 길이 완성되자 혜왕은 대형 수레에 소를 싣고, 이를 호위한다는 명목으로 중무장한 병력 수만 명을 붙여 촉으로 향하게 했다. 결국 수레는 진의 군사들과 함께 유유히 도성 안으로 들어왔고, 촉왕을 사로잡았다. 작은 욕심에 눈이 멀어 큰 것을 잃는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됐다.
최근 대구 달서구의회 한 의원이 달성습지를 놓고 소탐대실을 보이고 있다. 해당 구의원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현실과 동떨어진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해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만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달서구민의 환심만 사려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그는 지난 8일 제271회 정례회 5분 발언에서 달서구의 자연환경 보호와 문화관광 발전의 일환으로 '달성습지 명칭 변경'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달성습지 면적 중 60% 정도가 달서구 대천·호림동에 편입돼 있고, 나머지 40%만 달성군 화원·다사읍이다"며 "그러나 현재 달성습지 명칭은 일반 주민들에게는 이곳이 달성군에만 소속된 곳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의 달서구민은 달성습지 명칭에 많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달서구뿐만 아니라 달성군 지역 주민들에게도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명칭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구청장은 구민의 열망이 담긴 달성습지 명칭 변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즉 '자연생태의 보고'라고 불리는 달성습지를 단순히 면적이 조금 많다는 이유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명칭 변경 논란을 빚었던 낙동강 강정고령보는 몰라도 달성습지는 절대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고유명사로 알려진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과 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주변으로는 충적 저지와 범람원이 발달했다. 면적은 199만㎡에 달한다. 봄이면 갓꽃, 여름이면 기생초, 가을이면 억새와 갈대가 장관을 이룬다. 철새도 빼놓을 수 없다. 잡풀과 뽕나무들이 들어서기 전, 달성습지에 모래사장이 펼쳐졌던 시절 이곳은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등 철새들의 천국이었다. 지금은 백로나 왜가리 등의 철새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종으로 지정된 맹꽁이 등을 볼 수 있다. 2007년엔 대구시가 이곳을 습지보호지역 및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뒤, 습지 복원과 철새 서식 환경 복원을 위해 각별히 노력 중이다. 이러한 곳을 어떻게 명칭 변경하자는 말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것도 지난해 대구시가 개관한 '달성습지생태학습관'(사업비 128억원)에 단 한 푼도 보태지 않은 달서구에서 말이다.
지금 달서구의회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달성습지를 보존하면서 자연관광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대구시, 달성군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대구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삶의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