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재(公共財)는 정부 재정으로 공급된 재화나 서비스로 개인 모두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 교육·국방·치안·도로 등이 대표적인 공공재다. 이런 것들이 공공재가 된 핵심 이유는 외부효과(外部效果)가 크기 때문이다. 외부효과(긍정적 외부효과)는 한 사람의 행위가 제3자의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시대에 마스크는 공기만큼 소중하다. 정부는 마스크 착용을 감염 예방의 제1 수칙으로 강조한다. 마스크의 검열을 거치지 않은 호흡은 불온한 셈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도 없다. 마스크는 자신은 물론 이웃을 보호한다. 개인이 낀 마스크가 국가 전체에 엄청난 외부효과를 낳고 있다.
그래서 마스크는 공공재가 돼야 한다. 물론 마스크가 공공재의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란 위중한 현실, 방역 기여도, 개인의 과도한 부담, 마스크 착용률 제고 등을 고려하면, '마스크 공공재 정책'은 긴요하다.
정부는 최근 공적 마스크 제도 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6월 1일부터 요일별 구매 5부제를 폐지했다. 원하는 날에 직접·대리 구매를 가능케 한 것이다. 주당 구매 수량은 1인당 3개를 유지하면서 18세 이하는 5개로 확대했다. 또 더위에 대비해 수술용(덴탈) 마스크 생산량을 2배 이상 확대한다고 밝혔다. 마스크 수급 상황이 개선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공급이 원활한데도 공적 마스크 가격은 그대로다. 시중 마스크 가격도 아직 비싸다. 찜통더위에 마스크 쓰기는 고역이다. 덴탈 마스크를 비롯한 '여름용 마스크'는 보기 드물다. 정부는 여름에 대비해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인증 항목으로 추가했다. 이 마스크는 일반 KF 마스크보다 얇고 통풍이 잘된다. 그러나 비말 차단용 마스크 구입은 쉽지 않다. 최근 한 업체가 이 마스크를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 했는데, 아수라장이 됐다. 공급 물량은 20만 장. 780만 명이 이를 사려고 몰려드는 바람에 서버가 다운됐다. 이 마스크는 현재 온라인 사이트에서 웃돈 거래되고 있다. 2차 마스크 대란이 우려된다. 마스크 정책은 여름날 마스크 쓰기만큼 답답하다.
코로나 사태는 언제 종식될까.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예방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그때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이다. 황사와 미세먼지도 우리의 숨통을 죄고 있다.
'마스크 기근'은 사회적 재난이다. 마스크 한 장 값은 부자에겐 '껌값'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에겐 생존을 위협하는 금액이다. 가난한 이들의 주거·노동 환경은 마스크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폐지를 주워 하루 몇천원을 버는 노인이 1천500원짜리 마스크에 쉽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4인 가족이 매일 공적 마스크 한 장씩을 사용할 경우 비용은 월 18만원. 이는 4인 가족 최저생계비(월 185만원)의 10%다.
재난은 가난에 더 가혹하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존 C. 머터 교수는 저서 '재난불평등'에서 "부자는 재난으로부터 멀리 피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빈곤의 덫에 갇히거나 덫 안쪽으로 더욱 깊숙이 미끄러져 들어간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는 '마스크는 공공재'란 인식을 갖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가 무상제공하거나 국민건강보험 적용 방안(대한약사회가 정부에 건의한 상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상제공은 무상급식과 같은 개념이다. 건강보험 적용의 경우 최소한의 본인부담금만 받고 가입자 1명당 매월 5~10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은 생각의 대전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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