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상용 전 주일대사 "한일, 아시아 대표 민주국가로 연대해야"

마이니치신문 통해 제언…"지금이 정치적 결단할 절호 기회"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일 관계가 긴장·갈등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와 국민이 상대방의 잠재력을 다시 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주일 대사(2000~2001)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14일 자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지금의 한일 관계에 대해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국교가 단절되거나 전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최악'의 의미는 갈등과 긴장 관계가 장기화하는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두 나라 정부와 국민이 상대의 잠재적인 힘을 재평가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첫 번째로 비핵화 연대를 들었다.

그는 핵무기를 만들 기술이 있지만 제조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두 나라가 세계 비핵화를 주도할 자격이 있지만 양국 모두는 그런 인식이 높지 않다며 양국이 손 잡으면 냉전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국제적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한일 양국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일본은 근대 150년의 축적을 통해, 한국은 피와 땀과 눈물의 저항을 통해 배경이 다른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며 한일 간 연대는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서양의 독점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연대를 실천한 선례로 김대중 정부 때 이뤄진 1998년의 한일공동선언을 거론하면서 당시의 정치적 결단을 살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치는 평화와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고, 과거의 전쟁과 불의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속성을 내재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며 당시 보수 기반의 자민당을 이끌던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민주화 운동가 출신인 김대중 대통령의 합의는 상대 정권 기반을 인정하는 믿음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보수와 한국 진보 정권 간 합의는 적대 세력을 최소화한다는 관점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조합이라며 보수 본류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민주화 흐름을 만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현안에 대해 새롭게 합의한다면 양국 간의 미래지향적 관계가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악의 한일 관계인 지금이야말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최대의 호기"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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