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호'는 호랑이 이야기고 '호지'는 호랑이가 온다는 뜻이다. 화제에 올랐던 인물이 나타났을 때 '담인인지(談人人至)'라고 한다. 그 사람이 없는 데서 말을 하면 그가 온다(언불가이기인지부재이의기인言不可而其人之不在而議其人)는 말이다. 정약용(丁若鏞1762~1863)의 '이담속찬(耳談續纂)'에서 전한다.
덕이 있는 사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와 모이게 된다. 복숭아나무와 오얏(자두)나무는 꽃과 열매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아래로 다투어 찾아 들어 길이 생긴다. 사람이 모이면 말이 있고,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듯 그 말로 인연도 맺고 시비도 생긴다. 오해는 경우에 따라 돈으로 계산 할 수 없는 값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 보다 남의 이야기에 꽃을 피운다. 한참 그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
다산은 '이담속찬'에서 '나무꾼과 꼴꾼의 말이라도 성인(聖人)은 이를 가리고, 여항(閭巷)의 촌스럽고 하찮은 말도 지극한 도리와 진리를 담고 있어 군자도 감히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말 속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말은 그 사람의 입안에 있는 한 그 사람이 주인이다. 그런데 말이 일단 입 밖으로 나오게 되면 때론 날카로운 칼이 되고 사슬이 되어 상처를 입히고 옥죄일 수 있다. 그래서 말은 머릿속에서 거듭 생각하고, 마음속에서 순화시킨 다음, 입에서 향기롭게 뱉어내야 한다.
다산은 '우리나라속담'에서 '세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삼세지습지우팔십 三世之習至于八十)'고 적고 있다. 어렸을 때의 습성은 팔십이 된 노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행한다. 인간의 성품은 오묘해서 무게로 달 수도 없고 자로 잴 수도 없으며, 너무 커서 극대(極大)이고 너무 작아서 극소(極小)라 측량 할 수도 없다.
호랑이가 제 말을 하면 온다(談虎虎至) 고사(故事)는 남의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경계가 담긴 말이다. 인간의 예지는 소리가 없어도 들을 수 있고 때로는 아무런 형체가 없어도 볼 수 있다. 꿈에서 본 일이 실제 벌어지는 일도 그런 류이다.
호랑이가 제 말을 하면 온다는 말처럼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설도 그런 예이다. 까치는 길상조(吉祥鳥)로 아침에 보면 그 날의 일진이 좋다고 한다. 까치는 마을 어귀에 둥지를 틀고 오고가는 사람을 지켜본다. 혹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두세 마리가 모여 짖어 댄다. 반가운 손님이 와서인지 낯선 사람의 방문을 알리는 소리인지 예사롭지 않게 깍깍댄다. 제 말하면 오는 호랑이도 아닌데 까치는 동네 어귀에서 맨 먼저 소식을 알리는 길조(吉鳥)다.
정초에 '까치 설 날은 어저께고 우리 설날은 오늘'이라는 동요를 부를 때, 썩은 이를 빼 초가지붕 위로 던지며 '헌 이 줄께 새 이 나게 해 달라'고 부탁도 했었다. 이처럼 까치는 우리생활과 가까이에 있었으며 호랑이가 단군신화의 표상이라면, 까치는 하늘나라에서 오작교를 놓았던 천상의 새로 기렸다. 까치와 함께 호랑이는 우리민족의 표상이요 참다운 삶을 깨닫게 하는 벼리다.
(사)효창원 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두평 임종대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