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여권 중진인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영입이라는 '정치 실험'을 단행했다. 성공 여부에 따라 권 시장의 정치적 득실이 달라질 수도 있어 '키'를 쥐고 있는 홍 전 의원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 시장의 실험, 성공할까?
권 시장이 홍 전 의원에게 경제부시장을 맡아달라고 '삼고초려' 한 것에 대한 지역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참신한 정치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 '이제 차기 시장마저 민주당에 넘겨 주려는 의도냐'는 극단적 비판도 함께 나온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경기도가 최근 정의당 인사를 영입하고, 정책실장 자리를 여권 인사로 채우려는 경상북도의 '경북형 연정'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경제 분야 전권을 주겠다"(권 시장)며 부시장직 제안을 공언한 시도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중앙이 아닌 지방정부, 그것도 야당 소속 단체장이 이 같은 작업을 구체화한 것은 파격이라 볼 수 있다.
권 시장의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새로운 시험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16개 시도 지자체가 눈여겨보고 있고, 국회 상황이 실타래처럼 꼬인 정국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지방에서부터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평가받을만하다"고 했다.
거꾸로 반대 여론만 조성한 채 실패할 경우에는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새로운 시험을 구상만 아니라 실제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여론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열쇠 잡은 홍의락의 선택은?
이번 실험의 키는 홍 전 의원에게 달렸다. 그는 영입 추진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동안 칩거에 돌입하면서 장고의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18일 처음으로 언론에 입을 열었다. 이날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홍 전 의원은 "(권 시장의 제안에) 고민이 많다. 대구가 어떤 곳인 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첫째는 잘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느냐의 문제다. 또한 '줄탁동시'(啐啄同時·내부적 역량과 외부적 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말이 있다. 서로 손뼉이 잘 맞아야 하는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고민이 된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권 시장 제의에 골이 빠개진다"는 홍 전 의원은 "제안을 수락하는 쪽으로 생각하면 가시밭길에다 칼날 위에 선 기분이다. 대구의 처지를 생각하면 도망갈 길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특히 "2~3일 혼신의 힘을 다해 (고사 명분을) 찾아보겠다. 그런데도 명분 찾기에 실패하면 운명이라 생각하고 권 시장을 만나겠다"고 말해, 수락 쪽으로 기울었음을 암시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장고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시그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의사와 반대되는 여론이 조성될 경우 적극 나서 해명하고 부정하는 것이 통상인데, 홍 전 의원은 수많은 영입설 보도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부정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권 시장 측도 "홍 전 의원이 중앙당 분위기 등 주변과 상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일부 긍정 시그널도 받았다"며 영입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고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해석도 있다. 홍 전 의원도 밝혔듯이 자신의 침묵은 '고사'할 명분을 갖기 위한 방안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칩거 장소에 함께 있다는 한 측근은 18일 "언론과의 연락을 끊은 것은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 (홍 전 의원이) 시청에 들어갈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중앙에선 홍 전 의원 영입설 '적극 찬성'
대구경북 출신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홍 전 의원의 대구시청행에 환영을 표하며 응원에 나서 주목된다. 이들의 호응이 홍 전 의원의 결정에 주요 변수가 될지 관심사로 부상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경기 화성병)은 "홍 전 의원이 대구 부시장으로 간다고 해도 중앙당에서 뭐라고 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홍 전 의원에게 격려하고 잘 해보라고 응원의 봇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의 권 의원은 초선 때 원내부대표 활동을 하면서 당내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홍 전 의원과는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막역하다.
3선 중진인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갑)도 "이번 시도는 참신한 정치 실험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에서 여권 통로가 사라진 상황에서 더없이 좋은 기회일 것"이라며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나는 적극 지지하고 찬성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TK 출신 수도권의 한 3선 의원도 "중앙 정치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좋은 본보기가 될 사례"라며 "이런 문제는 오히려 중앙당이 나서서 도와줘야 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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