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형제 참살
서울 정릉은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이자 조선 초대 중전 신덕왕후 강씨의 묘다. 개성 권문세족 강씨는 함경도 무장 이성계가 중앙 정치 무대의 실력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한몫 거들었다. 장성한 이성계의 첫 부인 소생 아들들을 제치고 강씨 소생 막내아들 방석이 세자가 된 것은 강씨의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다. 1398년 강씨가 죽었을 때 덕수궁 옆 영국대사관 언저리에 무덤을 조성했다. 경복궁 코앞이자 도성 안에 만든 거대 능에 강씨의 권세가 묻어난다. 하지만, 태종 이방원은 계모 강씨 소생 이복동생인 세자 방석과 방번 형제를 참살하고 권력을 잡았다. 이어 강씨의 능을 도성 밖 오늘날 정릉으로 옮겼다. 맑은 물 흐르는 정릉 계곡 유래다.
◆도담삼봉…개국공신 주살
정릉 계곡물은 한강으로 흘러든다. 한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단양에 이른다. 도담삼봉. 충주댐이 조성되면서 호수처럼 물이 많아진 도담상봉 절경 앞에 조선 건국의 기초를 다진 정도전 동상이 우뚝 섰다. 정도전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호를 삼봉으로 지었다. 정도전은 유교를 국가의 기본 철학으로 삼고, 민본사상에 입각한 이상적인 왕도정치,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 내각책임제와 유사한 재상정치 시스템을 고안해 낸 당대 최고의 정치개혁가다. 이성계의 신임 아래 국왕은 국가의 상징이고 역량 있는 재상 중심의 관료 국가를 추진하던 정도전은 왕권 중심 군주 국가를 꿈꾸던 이방원의 권력욕에 무참하게 주살됐다.
◆여주…처가 일족 몰살
한강 하류 여주로 내려간다. 4대강 사업으로 곱던 금모래 은모래 백사장은 어딜 가고 콘크리트 보와 제방만 흉한 모습을 드러낸다. 여주대교 앞 영월루 공원에 '여흥민씨관향비'(驪興閔氏貫鄕碑)가 맞아준다. 여흥은 여주의 옛 고을 명칭이다. 고종 비 명성황후 민씨, 숙종 비로 장희빈에 수난당한 인현왕후 민씨가 여흥 민씨다. 조선 왕가 민씨 중전 계보는 태종의 비이자 세종의 모후인 원경왕후 민씨에서 비롯된다. 민씨가 남편 태종의 형제 참살과 정도전 주살에 이은 권력 장악에 힘을 보태며 날린 부메랑은 친정으로 돌아온다. 태종은 외척 견제를 명분으로 장인 여흥부원군 민제, 처남 민무구 4형제 등 처가 일족을 몰살시켰다. 외할아버지와 외삼촌들을 따르던 세자 양녕대군이 미치지 않으면 제정신이 아닌 거다. 태종은 심지어 아들 충녕대군 이도, 즉 세종의 장인 심온에게도 역시 외척 견제 명분으로 사약을 내렸다.
◆개성 선죽교…원칙의 충신 척살
선죽교를 찾은 것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6월이다. 숭양서원에서 황진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서경덕의 풍모를 되새기고, 정몽주의 충절을 떠올리며 옷깃을 여미었다. 이어 선죽교. 고려 왕건이 개성을 도읍 삼으며 남대문 남쪽에 만든 선죽교는 옛 모습 그대로다. 고려를 부흥시키기 위해 신의정성을 다하던 뛰어난 외교관이자 행정가 정몽주는 1392년 3월 선죽교에서 이방원의 수하 조영무, 조영규 일당의 철퇴를 맞고 쓰러졌다. 그해 여름 고려는 문패를 내리고, 이성계가 새 왕에 올랐다. 태종을 탄생시킨 사실상의 1등 공신 조영무는 태종의 극진한 총애를 받아 궐 안 여인까지 손댈 정도의 내 세상 권세를 누렸다.
◆문재인 정부의 정몽주는?
지난 5월 8일 이광재 국회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은… 태종 같다"고 말했다. 섬뜩하다. 어떤 충신을 숙청하며 권력을 공고하게 다지려 할까. 노무현 정부 국정상황실장으로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처럼 막강 권세를 휘두르던 이광재는 노무현 정부 때 밝혀진 주요 뇌물 사건만 썬앤문 1억원, 삼성그룹 6억원 등이다. 이렇게 드시고도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면을 받아 출마 권한을 얻어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원주의 국회의원이 됐다. 태종이 정몽주 앞에서 읊었다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부패하더라도 칡덩굴처럼 얽혀서 권력을 공고히 다지면 그뿐인 모양이다. 그 걸림돌이 혹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헌법주의자 윤석열 검찰총장인가? 태종과 그 수하들에게 원칙을 지키는 정몽주가 걸림돌이었듯이 말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표를 던지고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정당에 칡덩굴로 얽힌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요즘 윤석열에 무지막지한 철퇴를 들이댄다.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정몽주 묘소에 정몽주 어머니의 평시조 시비가 탐방객을 맞는다. 충신 아들에게 들려준 시를 윤석열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까마귀 싸우는 골짜기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가 흰 빛을 시샘할까 걱정되니, 맑은 물에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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