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의 작품 중 "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Where are we going?"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제목을 가진 작품으로 그의 가장 힘든 시기에 그려진 대작입니다. 스스로를 이성적 사고로 현명한 판단을 한다는 뜻에서 '호모 사피엔스'라 칭한 우리 인간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으며,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19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힘든 상황에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던 인간에 대해 깊은 의문을 던져봅니다.
◆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나?

이스라엘의 젊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신선한 상상과 통찰을 보여줍니다. 그는 '사피엔스'를 펴내며 세계적 학자로 급부상합니다.
'사피엔스'는 변방의 유인원이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수렵·채집을 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곳에 모여 도시와 왕국을 건설하고,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세 차례의 혁명을 통해, 또 '상상의 공동체'라는 허구의 공유를 통해 지금껏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먼저 인지혁명의 시대를 거치며 호모 사피엔스는 정교한 언어능력을 갖게 됨으로써 소통을 통한 수렵·채집 생활을 하게 됩니다. 또한, 신화, 전설, 종교 등의 '가공된 스토리'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가지며 구성원들끼리 일체감과 협동심으로 다른 동물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됩니다.
농업혁명 시기에 인류는 안정된 정착생활을 통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하지만 많아진 노동량, 잉여생산물의 축적과 불균형한 재분배로 계급이 공고화되고 위계질서가 격화됩니다. 따라서 삶의 질적 하락을 가져온 농업혁명은 인류 진화역사상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그는 주장합니다.
마지막 과학혁명의 시대에는 근대과학의 발달로 산업혁명이 촉발되고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이념이 등장합니다. 이때부터 근대화된 서구 문명은 그렇지 못한 지역들을 약탈하고 지배합니다.
오늘날 인류는 과학기술이 인류의 자원문제, 환경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의 '상상공동체'를 공유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혁명의 연장선으로서 생명공학,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상상의 공동체'를 가공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 이기적인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평생 자연을 관찰해온 최재천 교수는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입니다. 호모 심비우스는 공생을 뜻하는 'symbiosis'에서 착안하여 만든 새로운 호칭 및 개념입니다. 저자는 다윈의 '진화론'을 재해석하고, 다양한 생물들의 생태를 경쟁, 포식, 기생, 공생으로 구분하며 많은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경쟁은 생물들의 숙명이며 상대가 비슷할수록 경쟁은 더 치열합니다. 모든 생물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데, 자원의 공급이 한정되어 있으니 생명체들은 자원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된 이후 오래전 인간을 잡아먹던 포식자를 생태계의 무익한 존재로 여기며 대대적인 학살을 자행합니다. 그로 인해 포식자는 멸종에 가깝게 몰아 세워지고, 초식동물은 기하급적으로 증가하며 생태계 먹이사슬의 불균형이 초래됩니다.
현존 생물 중 절반 이상이 모두 '기생' 생활을 하며 생명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과 심지어 기생자와 숙주가 함께 진화(공진화)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관찰은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줍니다.
특히 인간과 개미를 비교하며 인간이 다른 종에 비해 공생능력이 현저히 뒤떨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지구의 생물들은 오랜 진화의 역사를 통해 서로 간의 유사성을 줄여 공존할 수 있도록 변화해 왔으며, 그것이 이 엄청난 '생물다양성'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현명한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두뇌 회전이 빠른, 매우 똑똑한 동물이지만 오늘날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병의 창궐 및 생태환경 파괴 모습들을 보면 과연 현명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집을 불태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 역사상 한 번이라도 존재했다가 사라진 생물이 전체의 90~99%에 달한다고 고생물학자들은 말합니다. 우리 인간도 언젠가는 멸종할 것입니다. 스스로 데우스(신)가 되려는 맹목적 진화 욕구로 멸종의 시기를 당길지,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갈 공생인(共生人)이 될 지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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